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3.3㎡(1평)당 공사비가 800만원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강서구 방화2구역이 '평당 75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단가로 시공사 선정에 나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와 자재비를 핑계로 비싼 시공비가 당연시되는 시장에서, 사업을 이끄는 신탁사의 깐깐한 '현미경 원가 검증'이 빚어낸 비용 다이어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서구 방화2구역 재개발 시행자 한국토지신탁은 평당 750만원의 공사비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재개발 사업이 700만원대 공사비로 시공사 모집에 나선 것은 드문 사례다. 올해 주요 지역 공사비가 800만원을 상회하고, 목동 등 주요 사업장에서 1000만원에 가까운 공사비가 제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방화2구역 재개발은 기존 노후 주택을 허물고 지상 최고 16층, 740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업계는 IPARK현대산업개발이 최종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방화2구역 공사비는 2년 전 시공사를 선정한 인근 정비사업장과 비교해도 낮다. 방화6구역(래미안 엘라비네)은 지난해 평당 800만원 수준의 공사비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공사비 상승폭이 커졌지만 방화2구역의 공사비는 오히려 더 낮다. 2024년 시공사를 선정한 방화3구역 평당 공사비 769만원과 비교해도 낮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시공사 모집이 이뤄지는 사업장은 대부분 평당 800만원대 공사비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입지나 공사 조건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하지만 방화2구역은 시공사를 선정한 인근 사업장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장의 공사비가 낮게 책정된 것은 한국토지신탁의 원가 관리 역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신탁은 신탁사 중 유일하게 기술본부를 두고 설계와 공사 원가를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 서울 여러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시공사가 제시하는 공사비의 적정성을 비교·검증하는 데 보다 유리한 여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신탁이 진행하는 다른 정비사업장에서도 평당 700만원대 공사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사업대행을 맡은 관악구 신림미성아파트 재건축은 평당 750만원 수준의 공사비로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같은 지역 정비사업이라도 사업 관리 주체의 원가관리 역량에 따라 공사비에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른 것은 맞지만, 시공사 견적 검증 여부에 따라 최종 공사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PM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공사비 상승 압력이 높아져 원가 검증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커졌는데, 이를 세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업 주체는 아직 많지 않다"며 "향후 예정된 다른 정비사업에서는 공사비 검증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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