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공장 임대·합작 등 검토
D램부터 HBM까지 현지생산 체제
관세 대응·빅테크 관리 등에 장점
'국가전략기술' 유출방지 대책 필요
SK하이닉스가 인텔이 짓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활용해 메모리반도체(D램)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사될 경우 SK하이닉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D램을 만들게 된다.
양사는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거나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와 공동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식 당시 "미국 고객들이 현지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맞는 곳에 대규모 공장을 충분히 지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오하이오주에 인텔이 2030년 이후 순차 완공할 예정인 반도체 생산라인의 일부를 임대해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 역시 SK하이닉스와 인텔이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해줬다. 다만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양국 정부에 관련 내용을 알리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에 대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의 본사가 미국에 몰려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 등을 고려했을 때 성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202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어드밴스드 패키징 시설을 짓고 있는데, 이는 HBM 후공정 설비다.
여기에 인텔 설비를 활용해 HBM의 재료격인 D램까지 생산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HBM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복수의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은 이미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년과 내후년에는 '공급 대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 2분기 HBM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이며, 이미 수년치 HBM 공급 물량을 예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이해관계 역시 성사 가능성에 힘을 더 실어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투자비용이나 팹 부지 선정·건설 기간 등을 아낄 수 있고, 인텔은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다.
여기에 클라우드 업체가 합류할 경우 양사 모두 중장기 AI 칩 공급망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22년 1000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단지를 구축하기로 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경영난 등을 이유로 2030~2031년으로 시점을 연기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가 국가전략산업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변수로 꼽힌다. 로이터도 첨단 메모리 미국 내 생산 문제가 기술의 민감성 때문에 한국 정부의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송천 KAIST 명예교수는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대응할 수밖에 없는 관세 문제가 있다"면서도 "인텔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계약 단계에서 관련 부분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추진하되 우리 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는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인 만큼 소프트웨어 기업을 육성하는 등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산업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우진·이상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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