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나리타 노선과 단 1만석 차

10여년 부동의 1위 연내 뺏길 듯

수출물가 급락… 반도체 직격탄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원·달러 환율이 2달 새 10% 이상 급락하자 항공객 지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탑승객 수가 많은 김포~제주 노선의 이용객 수가 뚝 떨어지면서 2위인 삿포로~하네다 노선과의 차이가 1% 안쪽으로 좁혀졌다.

환율이 국내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제주도보다 일본으로 옮기게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최근 원·엔 환율은 지난 7월 초와 비교해 8%가량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 역시 같은 기간 13%가량 떨어졌다.

16일 글로벌 항공정보 제공업체 OAG가 이달 세계 항공사의 공급 예정 좌석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김포~제주 노선의 이달 공급량은 108만석으로 전년 동월보다 16% 줄었다. 이에 따라 2위인 일본의 삿포로~도쿄 하네다 노선(107만석)과 격차는 단 1만석으로 좁혀졌다.

환율 조건이 유리한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은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OAG 집계에서 인천~도쿄 나리타행 9월 노선 공급량(55만8000석)은 전년 동월보다 41% 늘었다.

OAG는 김포~제주 노선의 좌석 공급이 16% 줄어든 것에 대해 "세계 10대 국내선 노선 중 가장 큰 감소율"이라고 짚었고, 인천~도쿄 나리타행 노선이 41%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세계 10대 국제선 노선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고 적었다.

이 추세대로면 국내선 기준 세계 1위 이용객을 자랑하는 김포~제주 노선은 연내에 일본에 자리를 뺏길 것으로 보인다.

김포~제주 노선은 2010년 초부터 전 세계 항공노선 중 국내선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017년에는 연 1346만명이 노선을 이용해 당시 호주의 멜버른~시드니 노선에 비해 436만명이나 많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적도 있다.

이후에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포함해 연간 1위를 계속 유지했다.

업계에선 고유가와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유류할증료 부담으로 장거리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환율 조건이 유리한 일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은 항공뿐 아니라 수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83.23(2020년 수준=100)으로, 7월(190.32)보다 3.7% 하락했다. 2022년 12월(-6.1%) 이후 3년 8개월 만의 최대 폭 하락이다.

이는 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원화 기준 수출액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 같은 원화 강세가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를 비롯해 수입물가를 낮추는 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8월 반도체 수출가격은 원화 기준으로는 하락했지만, 환율을 제외한 계약 통화 기준으로는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 하락하면 반도체 부문 기업이익이 원화 환산 시 줄어드는 등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이 축소될 수도 있지만, 경제 전반으로 봤을 때는 수입업체와 소비자는 부담이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일 없이 달러당 1300원대 수준에서 안정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수출로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최근에는 달러 강세가 다시 올 것이란 기대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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