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연구원장
매년 봄, 한반도를 잿빛으로 뒤덮는 황사는 모래폭풍이나 SDS(Sand and Dust Storm)로도 불린다. 이제 황사는 더 이상 단순한 계절적 불청객이 아니다. 건조지역 특성에 더해 기후변화, 방목 등으로 인한 토지 황폐화로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초국경적 환경 재난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엄중한 위기 속에 얼마 전 몽골에서 개최된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는 동북아 환경 협력의 중대한 분수령을 마련했다.
이번 총회에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주도하에 황사 방지를 위한 ‘SDS 이니셔티브(Sand and Dust Storms Initiative)’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구호나 개별 국가의 자원봉사 차원을 넘어 국제기구의 다자간 거버넌스 틀 안에서 황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질적 국제 협력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주목할 점은 이 거대한 국제 프로젝트의 핵심 실행 주체로서 인천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경험이다. 인천은 지난 19년간 몽골 바양노르, 다신칠링 지역 등 사막화 현장에 식목 경험이 있다. ‘인천 희망의 숲’으로 알려진 이 민·관 협력 조림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수십만 그루의 비술나무와 차차르간(비타민나무) 등을 심어 황량한 모래땅을 푸르게 바꿔왔다. 19년간 축적된 경험과 현지 주민과의 신뢰 관계는 그 어떤 국가나 도시도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인천의 자산이다.
이번에 우리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유엔이라는 테두리 아래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도시 인천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 욱 바람직한 것은 이 위원회의 동북아시아 사무소가 우리 인천에 있고, 인천 지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천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집해서 UNESCAP, 각국 정부나 지방정부, 국내 외 NGO 등과 체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정책브랜드로 제도화하고 단계적 구체화를 실현해 나가는 일이다. 마침 인천연구원은 UNESCAP과 장기간 협력체계를 유지해 왔고, 9월 중 이 내용을 포함하는 합의서를 교환할 예정으로 있어 실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지금까지의 조림 성과 분석과 기술적 협력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발생된 황사의 이동경로 분석과 도착지 황사 예측, 드론을 활용한 씨앗 파종과 관리, 스마트 관수 시스템 도입, 토양 및 수분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 기술 집약적 생태복원의 표준 모델 수립 및 적용 등을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셋째는, 이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탄소배출권 제도와 연계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참여하는 국가나 기관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고, 사막화 지역 거주 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마침 몽골 정부에서는 COP17을 앞두고 기후변화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특히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는 국가별로 토양내 탄소감축량을 다르게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넷째는, 시민사회와 기업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생태 시민성(Ecological Citizenship) 확장이다. 19년간 ‘인천 희망의 숲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인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바탕이 되었다. 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시민 참여형 탄소중립 펀딩, 관내 기업의 ESG 경영과 연계한 현지 참여 및 후원, 미래세대를 위한 글로벌 기후 교육 등을 통한 풀뿌리 생태협력 거버넌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능동적 기후 활동가로 시민들이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교육과 참여의 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
황사는 국경과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몽골 COP17에서 천명된 SDS 이니셔티브는 황사라는 공동의 위기 앞에서 초국경적 연대를 선언한 상징적 약속이다. 인천시와 인천 시민, 연구기관 등의 뜨거운 연대감이 서해의 거센 황사 바람을 평화와 푸른 생명의 희망의 바람으로 바꿀 수 있다. SDS 이니셔티브가 국제기구의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현장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인천이 다시 앞장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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