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초의 섬 엑스포를 표방하며 여수시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주행사장인 여수 돌산 진모지구는 "고급 비닐하우스 전시장"이며, 콘텐츠는 "유치원 학예회 수준"이라는 혹평이 적지 않다. 성인 기준 1만5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전시장 전체를 둘러보는 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볼거리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백미라며 내놓은 퍼레이드는 소형 화물차에 천을 둘러 배 모양을 급조하고 사람이 탑승해 노 젓는 시늉을 하는 등 눈을 의심케 하는 조잡한 연출로 SNS상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때 열렸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파행과 판박이다. 섬박람회에 투입된 예산은 주변 연계 인프라 사업까지 합쳐 총 1839억원에 달한다. 초기 기획 예산보다 무려 7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그러나 막대한 혈세의 대부분은 관람객이 체감할 수 있는 축제 콘텐츠나 문화 전시가 아니라 여수 전역의 도로 정비, 해상교량 건설, 상하수도 환경 개선 등 '토목 인프라' 사업에 집중됐다.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을 위해 '국제 엑스포'라는 간판을 내걸고 중앙정부 재정과 지방세를 끌어다 쓴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의 안일함 또한 '잼버리 악몽'의 재판이다. KTX 교통망과 대형 전시장 시설을 갖춘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을 놔두고, 왜 아무것도 없는 간척지 벌판인 진모지구를 주행사장으로 고집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허허벌판 위에서 개막 직전까지 땅만 파다가 결국 시간에 쫓겨 8동의 전시관을 급조하다 보니 졸속 시공 논란이 터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부행사장인 개도 캠핑장에서는 그늘막조차 부족하고 정전이 반복되면서 상인들이 대거 철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조직위는 두 달간 3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평일 관람객이 수천명 선으로 급감하며 흥행 참패를 예고하고 있다.

여수시와 조직위원회는 1800억원 전체가 축제에 쓰인 것이 아니며 인프라 예산의 착시라는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엉터리 축제 명목으로 혈세를 받아 지자체 잇속만 챙긴 것으로 비칠 뿐이다. 부실 기획과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엄중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 행사 개최와 세금 낭비에 엄중한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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