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만들어 이북 날려보낸 대학원생 등 3명

일반이적 무죄…구속기소 오씨 집유로 석방돼

재판 중 추가기소된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양형

SD카드 탑재 미확인, 군사 유용정보 유출 불명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 침해 단정 못해” 판단

항공안전법상 신고 의무 없단 주장 수용 안해

“피고들 비행지역 위험·비난 가능성 매우 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여러 차례 민간 무인기를 날려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원생 등이 일반이적(利敵)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들은 항공안전법 위반으로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8-3부(부장판사 최영각·장성진·정수영)는 16일 일반이적죄 및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대학원생 오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유 2년을 선고했다. 무인기를 이북으로 날려보낸 주체로 구속된 채 재판받아온 오씨로선 실형을 면해 풀려나게 됐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025년 9월과 올해 1월 4일에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출처·연합뉴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025년 9월과 올해 1월 4일에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출처·연합뉴스]

불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모·김모씨에겐 각각 징역 6개월에 집유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일반이적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군사상 이익 침해’가 입증되지 않았단 취지다. 추가기소된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오씨는 무인기 제작업체 사내이사, 장씨는 대표, 김씨는 대북전담이사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9월~올해 1월 총 4차례 인천 강화도에서, 국토교통부 신고나 관할 부대 촬영 승인 없이 무인기를 띄워 북한 개성시·평산군을 경유해 경기 파주시로 돌아오도록 비행시킨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9월 27일과 지난 1월 4일 운용한 무인기는 북한에서 추락했다. 북한은 지난 1월 10일 비난 성명을 냈다.

재판부는 “(북측이 확보했다고 주장한) SD카드장착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비행 형태·자세·고도·이력 등 군사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북한에 유출됐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북한 지역에서만 카메라 등이 작동되도록 조치했던 점을 종합하면 보안 장치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불시착한 무인기를 북한 측이 찍어 발표한 사진에서 SD(보안 디지털)카드가 보이지 않고, 무인기의 실제 출발지를 북측이 틀리게 발표한 점에서 SD카드를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북한 추락 무인기를 입수했다고 해서 실질적인 비행경로나 비행 형태, 자세한 고도 정보를 알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북한에 도발 명분을 제공했다거나 대한민국의 군사적 대응이 있었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국토교통부 신고 없이 무허가로 무인기를 제작해 사용한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무인기 중량이 2㎏을 초과하지 않아 신고 의무가 없다’는 오씨 측 주장은 기각됐다. 무인기 제원과 당시 영상촬영장치 등 각종 부품이 추가된 점에서 신빙성이 낮단 것이다. 또 연구기관의 시험·조사 목적 무인기라면 신고 예외가 될 수 있지만 해당 무인기는 ‘영리적 목적’으로 운용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무인기) 비행 지역은 대한민국의 항공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어 위험성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오씨에 대해선 범행을 주도했고, 장씨는 항공안전법 위반 의혹을 조사받는 도중 범행한 점, 김씨도 무인기 비행에 적극 동조한 점을 불리한 양형사유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유리한 양형사유로 장·김씨 2명은 자백하고 있는 점, 이들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 김씨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각하했다. 검찰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오씨에게 징역 5년, 나머지 2명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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