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372.9원까지 상승
고금리 장기화에 물가도 위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중동발 국제 유가 상승이 미국의 물가 불안을 되살리면서 미 중앙은행(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를 동시에 자극한 영향이다. 국내 달러 공급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던 힘도 약해지면서 시장에서는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400원 선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2원 오른 1368.6원을 나타냈다. 이날 환율은 1364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1372.9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37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일 이후 2주 만이다.
환율은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밀어 올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장중 연 5%를 돌파했다. 고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려 고금리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이에 결국 환율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도 물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인 '슈퍼코어'가 전월보다 0.51% 오르면서 물가의 기조적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경계가 커졌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상품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를 거쳐 서비스 물가까지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물가 재상승 우려가 연준의 긴축 경계로 이어지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를 높여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구조다. 안전자산 선호까지 강해질 경우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미국의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뿐 아니라 향후 금리 경로에 관한 연준의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원화 강세를 이끌었던 국내 달러 공급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도체 기업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관련 달러 매도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68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기업의 자사주 매입 관련 달러 환전 물량은 환율의 상단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엔화 강세 역시 달러 강세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기적 포지션이 청산되고 있어서다.
이에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장기화하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가 추가로 강세를 보일 경우 환율이 1370원 선을 넘어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이 물가 하락을 제한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까지 강해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고 있다"며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진 만큼 당분간 달러 약세 압력은 상당히 제한되거나 오히려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