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76개 촉감완구 안전성 조사 결과
KC인증 어린이제품 2개도 ‘부적합’ 판정
학부모들 "인증제도와 유통구조 허점 드러나"
'말랑이'와 '스퀴시', '슬라임' 등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촉감완구' 가운데 어린이용으로 KC인증까지 받은 제품에서도 유해화학물질이 무더기로 검출돼 인증제도와 유통구조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16일 시중에서 유통되는 말랑이와 스퀴시 등 76개 촉감완구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 9개 제품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촉감완구는 손으로 눌렀다가 놓으면 천천히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제품이다. 말랑한 촉감으로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 조사는 촉감완구 특유의 손으로 주무르는 과정에서 유해물질 노출 등 안전성 우려에 따라 진행됐다.
대상은 'KC인증'을 받은 37개 어린이 제품과 '14세 이상 사용'으로 표시돼 KC인증을 받지 않은 성인용 제품 39개 등 총 76개다.
국표원은 '14세 이상 사용' 39개 성인용 제품도 어린이 제품 안전기준으로 시험했다. 완구류가 어린이 제품으로 분류될 경우 엄격한 유해물질 검사와 KC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해외직구 유통업체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통관 및 판매 단계에서 '14세 이상 성인용/취미용'으로 표시해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조사결과, '14세 이상 사용' 성인용 7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및 붕소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일부는 사용금지 물질인 방부제까지 나왔다. 특히 KC인증을 받은 어린이 제품 37개 가운데 2개 제품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방부제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모두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파악됐다.
국표원은 유해물질이 검출된 어린이 제품에 '리콜 명령'을 내리고, 29만여 개의 유통매장과 연계된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에 등록해 판매를 차단했다. 또 '14세 이상 사용'으로 표시된 제품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어린이에게 팔지 못하도록 단속과 모니터링, 계도 강화에 나섰다.
국표원 관계자는 "'14세 이상 사용'으로 표시된 제품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만큼 자녀들을 위해 구매할 때는 반드시 KC마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유통되고 있는 완구류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안전성 조사와 불법·불량 제품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시장에서 지속적인 단속 계획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KC인증을 받은 중국산 말랑이(스퀴시) 등 장난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이 인증제도와 유통구조의 허점 탓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증검사 시점과 실제 양산품의 원료 차이, 공장 심사 없는 '어린이 제품 안전 확인'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우선 샘플 제출의 허점이다. KC인증을 신청할 때는 무해하고 깨끗한 재료로 특별히 제작한 'A급 샘플'을 시험기관에 제출해 통과한 뒤 원가절감을 위해 원료를 변경하는 수법이다.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경우, 인증을 획득한 후 실제 대량생산 단계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급 화학 물질, 단가 낮은 가소제, 저가 향료 등으로 원료를 교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 고위험 전기용품 등은 공장 실사까지 진행하는 '안전인증' 대상이지만 대부분 완구류는 '안전 확인' 또는 '공급자적합성 확인'으로 분류되는 것도 문제다. 초기 제출 제품의 시험성적서만 확인하고 공장의 지속적인 품질관리 체계는 점검하지 않기 때문에 인증 후 원료가 바뀌어도 사전에 차단하기 힘들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김수진 씨는 "KC인증을 받은 제품에서도 유해물질이 발견되면 소비자로서 어떻게 구분하고 구매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아이들이 만지고, 입으로 빨거나 물 수 있는 제품이라면 품질확인 기준과 사후 제조 공정 관리가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권성하 기자 kwonmine1@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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