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中 탈피 후 시장 확장
숨37°·오휘 정리… 더후 집중
북미매출 1년새 47% 뛴 2058억
브랜드별 현지 주류 유통망 공략
외부 수혈로 경영 지휘봉을 잡은 이선주(사진) LG생활건강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사업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다. 과거 LG생활건강의 최대 과제가 '중국 시장 사수'였다면 이 대표 체제에서는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걷어내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공식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 중국은 '확장' 대신 '관리'… '더후'에 집중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29일 LG생활건강 신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로레알코리아와 로레알USA, 카버코리아 등을 거친 글로벌 화장품 전문가를 외부에서 수혈한 것은 기존 중국 중심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인사였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넘겨받은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6조3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62.8% 폭락했다. 중국 시장과 면세점에 기대던 기존 화장품 사업구조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새 사령탑에 오른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후 LG생활건강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LG생활건강은 과거 중국에서 '더후'를 비롯해 '숨37°',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 둔화와 현지 화장품 브랜드 성장, 면세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기존 전략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에 숨37°와 오휘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더후 중심으로 사업을 압축했다.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브랜드와 유통망을 확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국내 화장품 산업 전체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액은 14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1.5% 증가하며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하는 등 최대 수출국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중국 수출은 10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6.6% 감소했고, 비중도 14.4%까지 낮아졌다. K-뷰티의 최대 시장 자체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북미 매출, 사상 첫 중국 추월… 이선주표 첫 성적표
이 대표 체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북미 시장에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3% 급증한 2058억원으로, 독립 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1760억원으로 5.0% 감소했다.
판매 채널도 달라졌다. 과거 중국에서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럭셔리 채널에서 더후에 역량 집중했다면 미국에서는 브랜드별로 현지 주류 유통망을 공략하고 있다.
CNP는 미국 얼타뷰티 온·오프라인에 진출했고 일부 제품은 14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닥터그루트 역시 지난달 미국 전역 세포라 424개 매장에 들어갔다. 아마존 등 온라인 판매에서 출발해 얼타뷰티·월마트·세포라 등 오프라인 대형 유통망으로 접점을 넓히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제품 전략도 기존과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 더후라는 하나의 럭셔리 브랜드에 힘을 집중했다면 북미에서는 CNP의 더마 화장품을 비롯해 닥터그루트의 두피·헤어케어, 더페이스샵의 클렌징 제품 등 기능과 가격대가 서로 다른 제품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특정 국가나 브랜드 하나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다.
◇ 더후 같은 '히어로 상품' 지속 판매가 관건
북미 매출이 중국을 넘어섰지만, 체질 개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 대표의 취임 2년차 성적표는 북미에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세포라 등 현지 유통망에 입점하는 것을 넘어 입점 이후 제품 회전율과 재구매율을 높이고, 더후 같은 히어로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대표가 집중해야 할 과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북미 매출이 중국을 넘어선 것은 상징적인 변화지만 결국 현지 주류 유통망에서 꾸준히 팔리는 브랜드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이선주 체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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