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20년 6월 공동연락사무소 일방 폭파해
소멸시효 전 尹정부때 2023년 447억 손배소
원고는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 장관
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자 김정은
1심, 청구액 전액 수준 446억2641만원 인용
공시송달 절차로 2025년 4월부터 재판 시작
李정부 통일부 요구로 한차례 연기했다 선고
韓 “법무장관 때 소송 적극 제기 판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합의로 신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 폭파한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에 국유재산 손해 446억여원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사실상 한동훈 장관 시기 법무부가 원고를 맡아 정부 사상 첫 대북소송을 제기한 지 3년 3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 당사자로 원고는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 장관’,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자 김정은’으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전액에 가까운 446억2641만722원을 인용했다.
2023년 6월 14일 통일부가 대북 소송을 낸 지 3년 3개월여 만에 승소로 결정됐다. 인용된 손해배상액수는 미 달러로 환산 시 약 3267만달러에 해당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의 4·27 판문점 선언에 근거해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2007년 준공돼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회의사무소(경협사무소), 남북회담 장소 등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건물은 개소 이후 남북교류 거점 역할을 했었으나,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정상회담이 결렬돼 북핵 ‘노딜’로 끝난 뒤 남북 소장회의가 중단됐다. 2020년 1월엔 중국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남측 인력이 철수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도발 빌미로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윤석열 정부 통일부는 2023년 6월 연락사무소 폭파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3년을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고자 북한 상대로 소송했다. 국유재산 손해액은 연락사무소 청사에 대해 102억5000만원, 인접한 종합지원센터에 대해 344억5000만원 등 447억원으로 집계했다. 탈북민, 납북자·국군포로 가족 등 개인이 낸 대북소송은 있었으나 한국 정부가 주체인 첫 사례였다.
법원은 북한에 소송 제기 사실을 직접 알리지 못해 소장을 ‘공시송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실제로 상당기간 재판이 보류됐다가, 2024년 12월 정부가 공시송달을 요청한 뒤에야 소송 21개월여 만인 지난해 4월초 첫 재판이 열렸다.
북한은 지금까지 민사소송에 불응해왔듯 항소도 하지 않아 1심 결과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손해배상 결정도 무시할 전망인데, 배상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북한 해외자산 압류를 시도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높진 않다. 탈북 국군포로 등이 북한에 강제노역 손배소를 최송 승소한 뒤, 북한 정권 출판물 저작권료를 명목으로 법원 공탁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추심 소송을 냈지만 북한을 국가나 저작권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로 패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손해배상 이행 강제 조치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판결 이후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는 통일부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선고를 한차례 ‘연기’한 바도 있다. 통일부는 이날 선고 결과에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배상금을 지급받겠단 입장을 보이기보단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주요 목적은 채권의 소멸시효 완료를 막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승소로 그 목적이 달성됐다”며 “민법에 따라 연락사무소 등 손해에 대한 채권 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했다.
반면 대북 소송 제기 당시 법무장관으로 원고를 맡았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원고로서 북한을 상대로 연락사무소 폭파 책임을 물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나왔다. 북한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제기한 첫 소송이었다. 저는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소송을 제기했다”며 “북한 정권 잘못에 책임을 물어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평화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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