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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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기준을 정비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규제 불확실성을 걷어낼 계기로 기대했던 핵심 법안이 상원에서 좌초하며 가상자산과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비트코인, 한 때 7만5000달러 붕괴

1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2.78% 내린 7만58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알트코인(Altcoin·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 대장주 이더리움은 4.32% 내린 2402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간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10% 넘게 하락했고,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은 11%대 급락했다. 로빈후드 등 가상자산 시장과 연관성이 높은 상장사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가격은 상원 표결 소식이 전해진 미 동부시간 오후 3시를 전후해 5% 이상 하락해 7만4911달러를,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약 7% 급락해 2357달러를 각각 기록하기도 했다.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 법안인 클래리티법이 미국 상원에서 좌초하며 규제 불확실성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원은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심의를 시작하기 위한 절차투표를 진행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결국 입법이 무산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한 데 이어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법안 진행을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했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자산 감독 영역을 구분하고 거래소·브로커·딜러 등을 정식 규제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시장구조법이다. 장기간 이어진 미국 가상자산 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낮출 핵심 법안으로 평가받았다.

법안 통과를 계기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컸던 만큼 부결 직후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연내 통과 불투명…제도화 흐름은 지속

클래리티법의 발목을 잡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이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거래를 제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은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한편, 주 법무장관에게 관련 집행권을 부여하는 수정안을 내놓으며 절충을 시도했지만 끝내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클래리티법의 연내 처리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의회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곧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표결이 부결된 이후 클래리티법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부결이 미국 가상자산 정책의 전면적인 후퇴로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클래리티법과 별개로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이미 제정됐고 미국 정부와 규제당국의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작업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선유진 LS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입법 지연이 가상자산으로의 변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글로벌 금융사와 결제 네트워크의 스테이블코인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클래리티법의 연내 통과가 어려워질 경우 시장은 단기적으로 실망할 수 있겠지만, 가상자산 산업의 중장기 방향성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미정 기자(m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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