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책임’을 담은 지방의회법 연내 제정 추진
의원 1인당 정책지원관 배치로 의정 전문성 강화
원칙 있는 재정 운용으로 민생 보호와 미래 투자 병행
‘상선약수’ 철학으로 지방의회 다음 70년의 길 제시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 부른다. 지난 8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되어 전국 16개 시·도의회를 대표하고 있는 그는 더불어민주당 전국광역의원협의회 대표와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방의회법 제정과 지방의회 위상 제고 등 자치분권의 핵심 의제를 전국 단위로 공론화했다. 제9대 경기도의회에 입성한 이래 내리 4선에 성공한 남 의장은 10대 후반기 교육행정위원장, 11대 전반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을 거쳐 제12대 경기도의회 수장에 올랐다.
도의회 수장이 된 그가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화려한 축하행사가 아닌 '지방의회의 미래'였다. 어려운 재정 여건과 민생을 고려해 도의회 개원 70주년 기념행사를 전격 취소하는 대신,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발걸음에 더욱 속도를 냈다. 올해를 '지방의회법 제정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남 의장이 가장 강조하는 단어는 단연 '지방의회법'이다. 지난 70년간 경기도의회가 도민의 요구를 조례와 예산으로 제도화하며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 성장해 온 만큼, 이제는 그 역할에 걸맞은 법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남 의장이 말하는 의회주의는 단순히 의회의 권한만을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주민의 목소리를 제도에 충실히 담아내고, 집행기관을 견제하며, 결정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끝까지 살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바로 세우자는 취지다.
그가 지방의회법 제정에 몰두하는 이유 역시 명확하다. 남 의장은 16일 "현재 지방의회는 주민의 선택을 받은 독립적 헌법기관임에도 조직·예산·감사 등 핵심 권한에서는 여전히 집행기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022년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권과 예산편성권, 자체감사권은 서로 맞물려 있어, 의회 규모와 업무에 맞는 조직을 구성하고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며 내부 운영을 스스로 점검할 체계까지 갖춰야 실질적인 독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남 의장이 구상하는 지방의회법은 단순히 '권한을 확대하는 법'이 아닌 '책임 있는 의회를 만드는 법'에 가깝다. 의회가 스스로 조직을 구성하고 재원을 마련하며 전문성을 갖추어야 집행기관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동시에 권한이 늘어난 만큼 의정활동과 예산 집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윤리적 책임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과 '책임'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의원 1명당 정책지원관 1명 체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례와 예산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복잡한 지역 현안을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인의 경험과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의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출 때 비로소 집행기관이 놓친 허점을 파악하고, 예산 낭비를 막으며, 지역 맞춤형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미 경기도의회에는 의장 직속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 TF'가 가동 중이다. 도의회가 자체 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정 촉구 건의안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 의장은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연내 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전국 시·도의회와 강력한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만의 요구를 넘어 전국 지방의회의 공동 과제로 승화시켜야 국회와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 지방의회의 요구가 연내 입법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도록 협의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구호에 그치는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광역·기초의원이 함께하는 전국 지방의원대회를 비롯해 전문가 토론회, 서명운동 등을 추진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경기도의 재정 악화 문제는 의회의 또 다른 시험대다. 실제로 남 의장과 추미애 경기지사 사이에서는 재정과 도정 운영을 둘러싼 긴장과 협력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 의장이 선택한 전략은 정면충돌 대신 '의회의 본령'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는 "재정이 어렵다고 해서 민생과 미래 투자를 모두 포기할 수는 없다"며 "생명·안전, 취약계층 보호, 교통·교육·돌봄 등 필수 서비스는 우선 확보하되 성과가 불분명하거나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도체, 인공지능(AI), 광역교통망 등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로 이어질 투자는 일률적으로 삭감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남 의장이 실천하고자 하는 의회주의는 "권한을 요구하되 책임을 피하지 않고, 집행부를 견제하되 도민에게 필요한 일에는 적극 협력하며,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예산과 정책의 실효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는 "지방의회법을 통해 더 큰 권한을 요구하는 만큼, 의회 스스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정활동과 예산 집행, 공무국외출장 등을 철저히 공개하고 이해충돌, 겸직,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서는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권한 확대에 발맞춰 윤리·징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 역시 '독립된 의회'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의회가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당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주민의 뜻을 앞세우며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의장의 정치 철학은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물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지만, 지나간 자리에 스스로 길을 만듭니다."
남 의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름을 남기기보다 지방의회의 온전한 독립을 향한 물꼬를 튼 의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보여주기식 행사 대신 제도의 변혁을 택한 개원 70주년 기념행사 취소는 그가 지향하는 의회주의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남 의장의 시선은 과거의 70년을 넘어 지방의회의 새로운 70년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지방의회법 제정'이다. 연내 성과를 내겠다는 그의 단호한 승부수가 국회와 정부를 넘어 전국 지방의회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김춘성 기자 kcs8@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