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VLCC중고선가, 신조선가와 21% 차이까지 벌어져

중동전쟁 장기화·격화로 가용 유조선이 부족해지면서 조선·해운업계에선 10년 된 중고선 가격이 신조선 가격에 근접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조선 운임 폭등 등으로 수년 뒤 건조된 배를 받는 것보다 당장 배를 확보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판단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발간한 주간 통합시황 보고서에서 지난주 10년 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가격은 1억2803만달러(약 1720억원)로, 신조선 VLCC 가격(1억2900만달러·약 1732억원)에 거의 근접했다고 밝혔다. 5년된 VLCC중고선가는 1억5607만달러(약 2100억원)로, 신조선 VLCC의 격차는 21% 차이까지 벌어졌다.

이는 최근 들어 중고선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5년된 VLCC중고선가의 평균은 1억3827만달러(약 1860억원), 10년된 VLCC중고선가의 평균은 1억930만달러(약 1470억원)였다. 각각 12.87%, 17.14% 더 오른 것이다.

선박 가격이 크기·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올랐지만 중고선가의 상승폭이 훨씬 커져 발생한 현상이란 설명이다.

이처럼 중고선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유조선 운임이 크게 오른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주 VLCC 운임은 중국계 정유사들의 조기 선복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호르무즈해협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항로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항과 오만만의 환물 선적 집중으로 한 주간 37%가 폭등했다. 서로 공방 중인 미국과 이란 사이를 비집고 원유를 운반하기에는 전쟁 위험 보험료 부담이 커 선주의 협상력이 강화됐다고 해진공은 덧붙였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서아프리카를 갈 수 있는 수에즈막스급 선박들도 운임과 상관없이 선복 확보에 집중하면서 유조선운임(WS)이 지난 10일 327에서 11일 452로 하루 만에 125가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유조선운임이 크게 오르면서, 당장 중고선을 들여올 수 있다면 배를 폐선할 때까지 벌 수 있는 돈이 2~3년 뒤에 새 배를 수령해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는 판단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에선 나쁠 것은 없는 상황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공급자 우위 시장인 상태가 계속된다는 의미여서다.

다만 에너지확보를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비상인 상황이다. 산업부는 전날 사우디 동서 간 송유관 피격, 후티 반군 홍해지역 세력 확장, 이란 포함 걸프지역 국가 간 회담 취소 여파로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면서도, 원유·나프타는 9~10월 물량을 작년 평균 대비 90% 수준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챗 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 GPT가 그린 일러스트.
임재섭 기자(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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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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