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심장전문의 버나드 라운 박사에 의하면, 심각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겨우 버티고 있던 65세 남자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긴 후 퇴원했고 6개월 후에 외래진료를 받으러 왔을 때는 놀랄 만큼 좋아졌다. 라운 박사가 “기적입니다”라고 말하자 환자는 “선생님께서 청진을 하고 갤럽(gallop)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 들어보라고 옆의 의사한테 얘기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 심장이 힘차게 박동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갤럽음은 원래는 말이 달리는 소리를 뜻하는데 의료계에서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서 들리는 비정상적인 소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환자가 갤럽 사운드를 심장이 튼튼해졌다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이면서 자신감을 갖으면서 상태가 좋아진 것이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 개를 상대로 폐이식 실험을 했던 적이 있다. 두 마리 개의 한쪽 폐를 떼어내어 서로 맞바꿔서 이식을 하는 실험을 20여 차례 시행했는데 대부분 3, 4일을 넘기지 못했다. 단지 한 마리의 개만이 필자가 다가가면 한쪽 다리를 들어 채혈을 하도록 도와주고 꼬리를 흔들고 핥으면서 애교를 부리곤 했다. 수술을 하고 매일 채혈을 하는 필자가 무척이나 미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살갑게 다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우리는 챔프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이식받은 폐는 완벽하게 정상 상태를 유지했다. 필자는 챔프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면역 기능에 영향을 주어 이식받은 폐가 정상기능을 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 환자를 호전시킬 수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플라세보 효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뇌 과학의 도움으로 정신신경 면역학이란 분야가 생겨나면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1981년 인디애나 대학교의 펠텐이 이끄는 팀은 통합 면역체계로 이어지는 신경망을 발견했다. 즉 신경자극에 의해 임파구, 대식세포 등의 백혈구가 활성화되어 면역기능 등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1981년 정신신경 면역학이라는 책을 편집했는데 이 책에서 뇌와 면역체계가 단일하고 통합된 방어체계라는 기본 개념이 제시됐다. 이를 계기로 정신, 신경 그리고 면역 부문의 상관관계에 대한 발전이 촉진됐다. 현재는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면역 조절이 실제 건강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 내리게 되었다. 심리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면역세포 수는 증가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은 감소되는 것이 증명됐다.

2007년 미 미시간대학 주비에타 교수가 건강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턱에 지속적인 자극을 가해 통증을 유발하면서 강력한 진통제라고 환자에게 설명하고 단순한 생리식염수를 투여했다. 그러자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아편처럼 강력한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관련된 부위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PET 스캔을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을 플라세보에 대한 뇌과학의 시작으로 본다.

또 2016년 미 노스웨스턴대학의 발리키 박사와 아프카리안 박사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만성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 95명 중 일부 환자들에게는 진통제를, 일부 환자들에게는 설탕으로 만든 정제를 투여했다. 그리고 설탕에 효과를 나타낸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뇌의 반응을 관찰하자 전두엽의 일부가 반응했다. 이 부위는 기억력, 사고력 등을 주관하고 다른 영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며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감정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부위다. 만성 통증 환자에게 플라세보 효과가 일어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이런 연구들은 환자의 마음 자세나 종교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정상적인 종교시설 등에 의존하면서 병원 치료를 거부하다가 상태가 심하게 악화된 다음에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의사들이 지나친 종교적인 믿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치료와 함께 믿음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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