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결국 중도 낙마했다. 형식이야 자진 사퇴였지만 사실상 ‘퇴출’된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두번씩이나 한 사람이 의원직을 내놓지 않고 장관까지 하겠다는 끝없는 욕심과, 남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운동권식 ‘내로남불’ 유전자보다도 필자에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시민단체 시절 내건 ‘일하지 않고 돈 받자’(No work, Yes money)는 슬로건이었다.
이 구호는 용 의원이 외친 ‘기본소득’, ‘기본사회’의 본질이 이것이었구나는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받자니, 황당하기 그지 없는 주장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대놓고 외칠 정도의 대한민국이 됐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못했을 일이다. 용 의원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선 뚜렷하게 한 일도 없이 청년의 이름과 정당의 간판을 팔아 세금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무노동 유소득’을 몸소 실천했다.
‘용혜인 파문’은 ‘기본소득’과 ‘기본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일하지 않고 돈 받자’는 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폄하하고, 국민을 그저 국가가 주는 배급에 목매는 노예적 존재로 전락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용혜인식 ‘기본사회’의 실체는 인간의 자립 의지를 꺾고 사회 전체를 하향 평준화로 이끄는 치명적인 독소다.
아무런 조건 없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기본소득은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 선량한 서민들의 근로 의욕을 모독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청년 기본소득, 농어촌 기본소득, 농민수당, 아동수당, 명절 수당, 심지어는 동학농민수당까지 무상 현금지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소득과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국가 보증으로 수천만원을 빌려주겠다는 기본금융(기본대출)은 ‘돈을 빌려 쓰되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며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우려가 크다.
여기에 저렴한 임대료로 살게 해주겠다는 공공주택(기본주택) 정책은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바쳐 저축하는 평범한 중산층의 희망을 빼앗고, 민간의 공급 능력을 약화시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대혼돈에 빠뜨린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비극은 이 포퓰리즘 세트 메뉴에 들어갈 막대한 돈을 누가 대느냐는 점이다. 조건 없이 현금을 살포하고, 부실 대출을 세금으로 메우며, 막대한 재정을 들여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대겠다는 구상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숨겨져 있다. 바로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 선량한 국민들에 대한 ‘증세 폭탄’과,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를 떠넘기는 국가 재정 파탄이다. 땀흘려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는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다. 지금이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세수 급증으로 이런 우려는 크지 않지만 반도체 경기가 하강할 경우 현실화할 것이 불문가지다.
용 후보자가 보여준 것은 ‘기본사회’라는 포장지 속에 감춰진 위선과 탐욕의 행태다. 입으로는 보편적 복지와 평등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국회의원 세비와 장관 자리를 동시에 거머쥐려 혈안이 됐고, 공당(公黨)을 가족의 전유물로 전락시켰다. 국가 재정이 어떻게 되든, 청년들의 근로 의욕이 어떻게 무너지든 상관없이 오직 표(票)만을 쫓아 현금 복지를 부르짖는 포퓰리스트들의 민낯이 바로 이러하다.
정부는 기본사회위원회 설치,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저소득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기본소득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는 말처럼 착한 의도가 꼭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보장하는 국가는 유토피아일 것이지만, 역사는 그와는 정반대인 디스토피아로 끝났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라,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게 대한민국 2030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청년들이 진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고 연일 지원책만 입에 올리고 있다. 이렇게는 국정 지지율이 결코 반등하지 않을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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