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충청본부장
행정·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나온 지난 3일 세종시는 뜨악했다. 정부의 합동기자회견문에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내년 상반기 세종 우선 이전 등이 담겼다. 검찰청과 경찰청은 청사 신축 이후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청사진이 포함됐다. 배부를 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더불어 국민의 관심사였지만 세종시민들로선 또 하나의 희망고문이라는 기류가 엿보였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이 급선무였는 데 관련 언급이 없었던 탓이다. 입법부 영역이라곤 해도 ‘세종특별자치시=행정수도’를 외쳐온 시민 입장에선 아쉬움이 커 보였다.
세종시는 20년 넘게 행정수도 건설을 염원해왔다. 현실을 보면 발걸음이 굼뜨다. 현재 58개 행정기관 중 23개가 이전했다. 그 와중에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빠져나갔다. 여기에 타 지역에선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는 40만명 문턱 앞에서 허덕이고, 스스로 살아가는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국회와 정부의 이원화로 행정 비효율이 크다.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 정부 기관의 완전 이전을 위해 행정수도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번진 이유다.
세종시는 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입법 압박에 나섰다. 조상호 세종시장이 앞장섰다. 그는 “정기국회는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국회를 직접 찾아가고 여야 정치권과 긴밀히 협력 하겠다”며 시위와 협의, 대화를 병행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강미애 세종시교육감도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1인 릴레이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했을 만큼 세종 구성원의 절실함이 읽힌다.
지난달 31일에는 800여명이 참석해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한 범국민 결의대회’를 열고, 특별법 제정과 행정수도 완성을 외쳤다. 행사에는 세종시의회를 비롯 전국 각 지역의 시도의장단이 참석해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연대를 보여줬다.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논의는 제 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기국회 초반부터 법안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건만 법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123개 중 50번째 과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퇴임식은 세종에서 하겠다”고 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연내 통과를 천명했다. 국정과 의정 책임자가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약속했으니 법·제도적 뒷받침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그동안 특별법이 상임위 벽조차 넘지 못했던 흑역사를 볼 때 ‘혹시’가 ‘역시’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가 적지 않다.
특정 기간에 진행되는 국회의 예·결산 심사나 국정감사와 달리 입법은 사시사철, 24시간 이뤄진다. 세종시특별법의 경우 의지에 따라 언제든 보다 구체적 논의와 검토가 가능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04년 참여정부 당시 국가 균형 발전법이 만들어지면서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탄생했다. 혁신도시는 시즌 2로 가고 있지만 행정수도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이재명 정부는 2029년 대통령 세종집무실 입주,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수도의 본질에 맞는 기관들 또한 하루 빨리 둥지를 터야 한다. 국회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송신용 세종충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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