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제 구조상 서울시 재정부담 가중

노조 요구 반영시 버스 적자 1조원 육박

"지하철 적자보다 버스 적자 더 커질 것"

8개월 만에 재현된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극적 타결됐다. 하지만 버스 파업 사태가 되풀이 되면서 현행 준공영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서울시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월 176시간으로 적용하고, 올해 기본급도 7.85%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상임금은 기준시간으로 계산되는데, 기준시간이 짧을수록 시급이 높아져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이 늘어난다. 서울시는 기준시간 176시간을 적용할 경우 통상임금 인상 효과가 약 16.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까지 더해지면 전체 인건비 부담은 20%를 훌쩍 넘어선다.

문제는 준공영제 구조상 늘어나는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운수회사 부담에서 그치지 않고 서울시 재정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7월 도입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되 운송수입이 표준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가 부족분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임금이 1% 오를 때마다 연간 약 140억원의 재정부담이 추가된다고 보고 있다. 통상임금 관련 요구만 반영해도 약 2000억원, 수당·근무체계 개편 요구까지 포함하면 약 3000억원이 추가돼 시내버스 적자 폭이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준공영제가 도입된 시점과 비교해 현재 인건비에 들어가는 지원금 비중만 2배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원 규모는 매년 증가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2020년 1705억원에서 2021년 4561억원, 2022년 8113억5000만원, 2023년 8914억5400만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2024년(4000억원)과 2025년(11월 기준 4575억원)에는 지원금 규모가 줄었지만, 실제 재정부담이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해당 연도에 발생한 운송적자 일부를 곧바로 정산하지 않고 '미지급금'으로 넘기면서 지원금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이자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에 비용을 보전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인건비 등 총액을 미리 정한 뒤 노사가 합의하는 '사전확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노조 요구를 매번 받아들이면 지하철 적자보다 버스 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사전확정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준 기자 fullshort@dt.co.kr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의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는 15일 서울 시내의 한 공영차고지에서 버스 운전기사가 투쟁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협상 시한을 이날로 못 박고 결렬되면 다음날 첫차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의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는 15일 서울 시내의 한 공영차고지에서 버스 운전기사가 투쟁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협상 시한을 이날로 못 박고 결렬되면 다음날 첫차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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