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5년차를 맞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는 '재래식 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최첨단·혁신 기술 기업을 자부하면서도 '후진국형 산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어 업계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공장 근로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불과 5개월 간격으로 잇따라 터졌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속회사인 유한화학에서다.
이로 인해 셀트리온은 전 작업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유한양행은 이번 사고로 종속회사 사업장이 안전관리 사각지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셀트리온의 사고는 지난 3월 22일 인천 송도 2공장에서 발생했다. 근로자 1명이 캐노피 오수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왔으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며 "작업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사업장 내 잠재적 위험요소를 전수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관리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한화학의 사고는 지난달 24일 발생했다. 이 회사 경기 안산공장에서 설비 오버홀(분해·점검) 작업을 하던 중에 협력사 직원 1명이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이 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측은 "관련 공사는 전문건설업체에 발주한 공사로, 수급업체와 함께 유한화학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한화학 측은 "현재 수급업체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각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 협의체'를 구성해 도급인과 수급인이 참여하는 월 1회 정기 회의를 운영하며 작업환경을 지속 점검했다. 그러나 종속회사의 사업장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셀트리온과 유한화학의 추락사고는 작업발판 및 방호장치 설치, 안전대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잘 지켜졌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이른바 '재래식 재해'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미비한 안전조치로 인한 사고가 난다는 건 안전 체계가 아직도 온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사전에 위험을 찾아내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게 하는 중처법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고는 그 여파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화일약품의 경우 2022년 유증기 누출로 인한 공장 화재사고 이후 생산량이 줄고 고정비가 늘면서 지난해 적자전환 했다. 회사는 결국 지난해 12월 상신리공장의 원료의약품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한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22년~2026년 2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이 기간 발생한 사망사고 유형 중 '추락'(40.1%)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물체에 맞음'(11.0%), '끼임·부딪힘'(10.4%) 순이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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