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릴 음료·장소·대사 지시 이행 공범과 첫 공판

자작극 사실관계만 인정, 檢 공소사실 전부 부인

선거법 무죄주장 집중 “부친과 갈등 개선 목적”

출마해놓고 “2% 후보, 지지율·당선목적 없어”

변호인만 4명…음료수 컵 던진 공범은 ‘정반대’

선거법위반 인정, “자작극일뿐 상해 고의 없어”

‘20여일 치료 필요’ 정이한 진단 내용에도 의문

정이한 부친 병원서 뇌진탕 진단서…수사 대상

6·3 지방선거 유세 도중 음료 투척 테러를 당했다고 사건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정이한(38)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측이 첫 공판에서 자작극 사실은 인정하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정하려는 법리를 집중해서 펼쳤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임성철 재판장)는 15일 오전 공직선거법상 선거자유방해 위반 교사와 허위사실공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이한 전 후보와, 사전 모의 후 그에게 음료 컵을 던진 공범 윤모씨(30)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전언에 따르면 정이한씨는 수의가 아닌 하늘색 셔츠와 다소 구겨진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 출석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씨 변호인으로 4명이 출석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윤씨는 연한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지난 4월 29 개혁신당 당시 이준석(왼쪽) 당대표와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정이한 후보는 시민이 던진 음료수를 피하다 다쳤다며 석고붕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9 개혁신당 당시 이준석(왼쪽) 당대표와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정이한 후보는 시민이 던진 음료수를 피하다 다쳤다며 석고붕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씨와 윤씨는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선거운동 중 벌어진 음료 투척 자작극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 측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하지만 주관적인 구성요건이나 목적은 부인한다”고 했다.

검찰은 정씨가 10년 지기 헬스 트레이너 윤씨에게 선거에 대한 어려움을 여러 차례 털어놨으며 인지도·지지율을 높일 방안으로 자작극 범행을 제안했고, 정씨가 범행 시일·위치·대사와 투척할 음료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해 윤씨가 실행했다고 본다.

조사에 따르면 두사람은 4월 25~26일 구체적인 계획을 모의했고, 정씨는 “(4월) 27일까지 무조건 해야한다”고 윤씨에게 요청했다. 정씨는 물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며 ‘녹차라떼처럼 색깔이 있는 음료를 뿌려달라’고 했고, 자신이 명함을 건넬 때 차량 창문을 내려 음료를 뿌리도록 했으며, 또 “어린 놈이 무슨 시장이냐”는 대사를 하도록 윤씨에게 요했다.

이들은 경찰에 서로 일면식 없는 사이인 양 행동해 우발적 폭력 사건으로 오인케 해 공권력을 낭비했고, 총 7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을 외부에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야당 대표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 흉기 피습 등으로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이 배경에 있었다.

정씨 변호인은 “자작극을 벌인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이에 대해 100배 반성한다”면서도 “자작극을 벌인 건 공소장에 적힌 것처럼 ‘선거에서 인지도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당시 부친과의 갈등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했다. ‘부친과의 갈등 개선’ 주장의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부친은 정근 온병원그룹 원장으로, 자작극 현장 약 12㎞ 밖의 그룹 병원에 정씨가 이송돼 뇌진탕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은 의혹 수사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 4월 27일 선거운동 중 음료수 테러를 당해 넘어져 다친 것으로 알려진 정이한 당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사진 갈무리]
지난 4월 27일 선거운동 중 음료수 테러를 당해 넘어져 다친 것으로 알려진 정이한 당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사진 갈무리]

선거법 위반 부정 주장은 이어졌다. 정씨 변호인은 “선거와 연결하려 했다면 자작극 이후 그에 맞는 행동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라며 “당황과 두려움 속에서 이를 서둘러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다고 캠프를 통해 알린 뒤, 목에 석고붕대(깁스)를 한 모습으로 복귀해 선거를 완주했었다.

선거자유 방해 교사 혐의에 대해선 정씨가 선출 공직 출마자였음에도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고의가 없었고,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도 ‘당선될 목적’이 없었다”면서 “(지지율) 2%의 후보가 당선될 목적을 갖고 있었단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했다.

연출된 피습 후 ‘정씨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하거나 사실을 소극적으로 숨긴 것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부인했다. 반면 윤씨는 자작극에 가담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선거자유방해죄에 대해 “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고 다투지 않겠다”라고 밝혀 선거법 위반을 부정한 정씨와 결이 달랐다. 다만 상해·위계공무집행방해 등에 대해선 “자작극으로 음료를 뿌리는 정도에 불과해 정씨에게 상해를 입히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20여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가 실제 상해 정도를 입증하는지 따져야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0일 오전 10시로 다음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정씨 측은 증거 의견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면서 추후 증인 신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정리하고 증인신문 여부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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