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노출 일자리 증가분 80% 수도권 집중
"인력·업무방식·산업 연계하는 보완적 혁신 필요"
"인공지능(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인프라와 조직·제도 측면에서 '보완적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AI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인지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대전에서 열린 '2026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AI는 이제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을 넘어 경제활동 전반에 활용되는 범용 기술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곧바로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가 주목한 최초의 산업용 발전기 '다이너모'(Dynamo)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19세기 말 다이너모가 도입돼 공장의 동력원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었을 때 사람들은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변화는 아주 더디게 나타났다"며 "공장의 설비구조가 여전히 기존 증기기관 체제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공장 구조를 '전기'라는 기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뒤였다"며 "새로운 범용 기술의 경제적 효과는 기술을 도입할 때가 아니라 그 기술에 맞게 생산시스템이 재편될 때 비로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AI 역시 프로그램 설치나 데이터센터 건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총재는 "증기기관과 전기, 인터넷이 그랬듯이 AI 역시 장기적으로 생산성의 기반을 크게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새로운 역량을 갖추고 기업의 업무방식이 바뀌며 AI 인프라가 지역의 산업과 시장에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은 분석에서도 AI 확산에 따른 고용 증가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23년 이후 3년간 생성형 AI 고노출 직업의 취업자는 24만7000명 늘었지만 이 가운데 수도권 증가분이 19만9000명으로 80.8%를 차지했다. 지난해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에서 증가한 일자리 10만5000명 중에서도 수도권 비중은 88.3%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생성형·에이전틱 AI 노출도가 지식서비스업과 전문직이 밀집한 서울과 세종, 경기 등에서 높았다. 반면 피지컬 AI 노출도는 제조업과 농림어업 비중이 큰 경북과 전남, 충북, 울산 등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향후 피지컬 AI가 빠르게 발전하면 비수도권 제조업과 운수업, 숙박·음식업 등의 고용 감소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AI가 오히려 지역 격차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AI와 인간의 협업이 확산하면 인재와 연구개발(R&D)의 수도권 집적 필요성이 약해질 수 있고, 인적자본이 부족한 비수도권의 서비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지역 공급망을 연계하거나 AI 검색 서비스를 활용해 지역의 작은 점포에 새로운 소비 수요를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신 총재는 "기술혁신의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는 막연한 기대나 두려움을 넘어 AI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 지역경제가 AI라는 파도를 타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풍성한 아이디어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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