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인프라 60년 만 슈퍼 사이클” 선견지명

2020년 테네시 공장 인수 등 현지 생산 체제

신규수주 작년 연간 넘어… AI전환 대응 주효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

북미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견한 조현준 효성 회장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조 회장은 직접 주요 북미 정·재계 인사를 만나 네트워크를 다졌고, 그 결과 단 보름 만에 4000억원에 가까운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수주를 따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조 회장은 최근 “AI 시대를 맞아 전력 인프라 수요가 폭발하며 60년만의 슈퍼 사이클이 왔다”며 “변압기, 차단기는 물론 고압직류송전(HVDC)·스태콤(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안정화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효성중공업을 5년 안에 글로벌 톱3로 올려놓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달에만 미국 유력 빅테크 2곳에서 총 3865억원의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조 회장이 수년간 공들여온 미국 현지 생산·솔루션 체계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수주한 초고압변압기는 미국 남·북부 지역에 신규 건립되는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된다. 각각 2200억원의 765㎸ 초고압변압기와 1665억원의 345㎸ 초고압변압기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효성중공업이 쌓아온 높은 제품 신뢰성을 바탕으로 빅테크 등 현지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결과다.

조 회장은 AI 시대에 대비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사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특히 빅테크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안정적 전력 확보’와 ‘신속한 구축’을 책임져줄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아무리 지어도 전력 공급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효성의 압도적인 역량이 총집결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효성중공업이 지난 2020년 인수한 미 테네시 초고압변압기 공장이 현재 현지 공급망 주도권의 핵심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멤피스 공장은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지난 7월에는 북미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선도기업 콴타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설립, 변압기에 이어 차단기까지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조 회장이 강조해 온 ‘토털 솔루션’의 하드웨어 기반을 완성했다.

이달 초에는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설비와 ESS·마이크로그리드·스태콤 등 안정화 솔루션 설계 인력을 한 조직에 결집시킨 ‘데이터센터 사업팀’을 신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의 ‘원스톱 파트너’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이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전망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전력 인프라에 약 500억달러(약 66조원)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중공업은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해왔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 초고압변압기. 효성 제공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 초고압변압기. 효성 제공

지난해 6월엔 미국 유력 전력회사와 2600억원의 초고압차단기(GIS)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자회사 효성 HICO가 북미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의 자회사와 GCB와 합작법인 ‘효성 HICO 브레이커 LLC’를 세우고, 다음 달부터 펜실베이니아주 콴타의 캐논스버그 공장에서 초고압차단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해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등 실리콘밸리 IT전문가, 에너지업계 리더들을 만났으며, 올 3월에는 미 현지에서 콴타의 CEO와 회동을 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변압기뿐 아니라 72.5㎸부터 800㎸ 초고압차단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독보적 라인업을 갖췄다. 또 전력 안정화 설비인 스태콤 수주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최근 투자가 확대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지속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효성중공업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40여 개국에 차단기를 공급하며 글로벌 주요 차단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회사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9조3000억원을 신규 수주해,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연간 수주 목표는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상향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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