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확률 92%대로 급등

고유가에 3년2개월만 인상 유력

트럼프 “인하”… 독립성 시험대

동결땐 변동성 더 커져 진퇴양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취임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취임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전임 제롬 파월 의장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물가 불안, 견조한 고용을 고려하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워시 의장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자신을 연준 수장으로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으로 정면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임명한 파월 전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등의 이슈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유가 100달러·강한 고용… 금리 인상 명분 쌓였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확률은 92%대로 나타났다.

한 달 전 33.9%, 1주일 전 59.4%에서 가파르게 높아진 수치다. 동결 가능성은 7%대에 그쳤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정책금리 목표 범위는 현재 연 3.50∼3.75%에서 연 3.75∼4.00%로 높아진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뒤 이어온 동결 기조에서 벗어나 다시 긴축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끌어올린 것은 물가와 고용 지표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4% 올라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보다 0.3%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2%를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재확산 우려가 한층 커졌다. 8월 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휘발유 가격 상승이 차지한 가운데 이달 들어 유가가 추가로 오른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9월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6%로 시장 예상치인 4.2%를 웃돌았다.

연준이 물가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고용 여건도 갖춰졌다.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은 16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했다. 실업자 한 명당 빈 일자리 수도 1.30개로 최근 3개월 평균인 1개를 넘어섰다. 경기 침체나 고용 급랭 위험이 크지 않은 만큼 Fed가 성장 둔화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만으로 인상을 미루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 수급 상황이 균형 수준을 웃돌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다시 높아지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연준의 실제 금리 인상 개시 명분이 충족됐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전에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높이고 달러화 가치 수호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압박에도 동결 어렵다… 워시 독립성 시험대

문제는 연준이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수록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장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FOMC를 앞두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며 “경제지표가 무엇을 보여주든 상관없다”고 연준을 공개 압박했다. 최근 물가 상승도 일시적인 유가 충격에 불과하며 중동 지역의 충돌이 끝나면 유가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지표와 엇갈리는 금리 인하 요구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채금리까지 치솟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5%를 돌파했다. 고유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하는 워시 의장으로서는 이러한 정치적 요구를 그대로 따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워시 의장이 금리를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대립하는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7년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지만 파월 의장이 이듬해 금리 인상을 이어가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자신이 발탁한 중앙은행 수장이 자신의 요구와 달리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에 나선다는 점에서 워시 의장도 파월 전 의장과 비슷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워시 의장의 선택지는 어느 쪽이든 부담스럽다. 금리선물 시장이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동결을 선택하면 백악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연준이 물가 압력에도 금리를 동결하면 오히려 시장금리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를 의심하면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과 물가지표에도 동결을 결정해 인플레이션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면 시장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잭슨홀 미팅 등에서 보낸 신호와 대치되는 결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혼란과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일단 연준이 정치적 부담에도 9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관심은 이번 인상이 일회성 조정에 그칠지, 연속적인 긴축으로 이어질지로 옮겨가고 있다. 9월에 이어 오는 12월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이번에 한 차례 올린 뒤 연말까지 물가와 고용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공급 측 요인이 물가를 끌어올린 데다 장기 시장금리도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 추가적인 긴축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9월 인상) 조치는 추가 긴축 사이클보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보험성 조정으로 판단한다”며 “소비심리 둔화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 효과를 고려하면 9월 인상 이후 연말까지 동결하며 정책 효과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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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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