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리세력 중동·케냐 테러에 北 지원 문책
피해 미군·민간인 가족 47명, 손해배상소송 내
총 4억8667만5340달러…한화 6561억원 상당
‘보상적’ 손해배상금 그대로 ‘징벌적’ 배상 가중
北 정찰총국, 헤즈볼라·하마스 미사일부품 공급
‘정교한 공격용 땅굴건설·군사전술 전수’ 적시
北·이란측 소송서류 받고도 묵살해 궐석 판결
배상 난망하나…웜비어 유족式 환수 투쟁 전례
미국 법원이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발생한 7건의 테러로 피해를 입은 미군 장병과 민간인 군무원, 그 가족들에게 북한·이란 정권이 6500억원대 금액을 공동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 산하 공영국제방송 미국의소리(VOA)는 15일 한국어판 보도에서 미 버지니아 동부연방법원이 북한과 이란 정권을 상대로 미국인 47명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북한과 이란은 원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연대책임이 있다”며 배상금 총 4억8667만5340달러(한화 6561억여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하마스와 레바논의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단체들에게 무기·군사훈련, 땅굴 기술을 제공항 물질적 지원 책임을 인정한 결과다.
재판부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와 위로금 2억3520만 달러, 피해자들의 경제적 피해액 813만7670달러를 합쳐 ‘보상적 손해배상금’ 2억4333만7670달러를 산정했고 동일한 액수를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추가 책정했다.
앞서 2019~2023년 사이 이라크와 시리아, 케냐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미군 장병, 민간인 직원, 유가족 등은 지난해 4월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프리카권인 케냐 테러의 경우, 알카에다 연계·후티 무기거래 의혹을 받는 소말리아 반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 샤바브가 2020년 1월 5일(현지시간) 새벽 캠프 심바 미군합동기지를 공격해 인명·장비 손실이 발생한 사례로 추정된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북한과 이란(주로 이슬람혁명수비대)이 이른바 ‘저항의 축’(하마스·헤즈볼라·예멘 후티·이라크 인민동원군 등 이란 대리세) 테러 단체들에게 무기와 훈련 등 물질적 지원해 반미 테러 공격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고들은 북한 정찰총국(RGB·한국 국가정보원 격) 등이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로켓 추진 유탄(RPG)과 미사일 부품을 공급하고 정교한 지하 공격용 땅굴 건설 기술과 군사 전술을 전수했다고 적시해 대미 테러 공모관계를 가리켰다.
재판부는 27쪽에 달하는 판결 의견문을 통해 소장에 담긴 구체적 근거들이 “피고들이 각 공격을 가능하게 한 ‘물질적 지원 혹은 자원’을 설명함으로써 비(非)사법적 살해와 공격의 배후에 피고들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여부 판단과 관련해 “이란과 북한이 해당 테러 단체들에 제공한 물질적 지원은 원고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망과 부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합리적 확실성과 의도된 결과였음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법원은 앞서 소송 서류를 미국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스위스 외무부 외교 경로를 통해 평양(북한 수도)과 테헤란(이란 수도)에 각각 전달했으나, 북한·이란 모두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아 답변기한 경과에 따른 궐석 판결을 확정했다.
VOA는 미국 연방법은 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고 판결 성립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1988년 테러지원국으로 최초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의해 재지정됐고 현재까지 해제되지 않아 제재 대상으로 남아 있다.
VOA는 북한·이란 정권이 미 법원 판결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승소한 피해자들은 미 법무부가 제재위반 자금 등으로 운영하는 ‘미국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배상금 일부를 수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과거 북한 여행 중 장기간 억류된 뒤 혼수상태로 송환돼 사망한 청년 오토 웜비어씨의 유족 등 사례처럼, 피해자들은 이번 최종 판결을 바탕으로 미국과 해외 금융기관에 묶인 북한·이란의 동결자산·불법자금 등을 찾아내 배상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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