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피로연 비용 일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사업가가 부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주니어와 베티나 앤더슨의 지난 5월 결혼식 이후 사흘간 열린 피로연 비용 가운데 수십만달러를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우마르 크렘레프가 부담했다고 보도했다.
결혼식과 피로연은 카리브해 바하마에 있는 초호화 개인 소유 섬에서 열렸다. 크렘레프는 이 섬의 임대료와 불꽃놀이 비용 등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해당 섬의 임대료는 1박에 약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이며, 불꽃놀이 비용은 7만달러(약 9500만원)에 달한다.
크렘레프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러시아 사업가로, 국제복싱협회(IBA)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러시아 국영 복권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러시아 최대 자동차 판매대리점 업체의 경영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레프가 이끄는 IBA 역시 친러 행보로 논란을 빚어왔다. IBA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을 스폰서로 선정하는 등 러시아와 밀착된 행보를 보여왔으며,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퇴출됐다.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피로연 비용 가운데 바하마 섬 임대료 등은 IBA가 금융거래에 이용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소재 IBA 계열 법인을 통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레프는 결혼식 참석에 앞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으며, 이후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도 수행단으로 동행했다. 결혼식과 피로연에는 크렘레프 외에도 여러 러시아인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의 부인 베티나 앤더슨도 크렘레프가 비용을 부담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앤더슨은 부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 친구가 보내준 지극히 관대한 결혼 선물이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그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무척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퍼블리카는 크렘레프의 비용 지원을 두고 “푸틴의 측근 중 한 명이 대통령의 아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며 트럼프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주요 적대국으로 여겨지는 푸틴 정부는 지난 10년간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이번 지원이 갖는 의미를 짚었다.
미 국가안보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이들은 “크렘레프가 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동기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고위 방첩 당국자인 프랭크 몬토야는 “내가 당신의 결혼식 비용을 대준다면 언젠가 나에게 무언가를 갚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토야는 트럼프 주니어가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다며 “이는 대통령의 아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어야 한다. 더는 할 얘기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방첩 국장을 지낸 홀든 트리플렛도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관료와 그 가족들에게 접근해 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양호연 기자(hy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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