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오염토에 갇힌 ‘용산공원 아파트’
공급 속도도 못 내고 정부·서울시 갈등만
첩첩산중 규제 뚫고 실제 공급 ‘물음표’
서울의 부족한 주택 공급을 메울 카드로 12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공원까지 개발 대상에 오르면서 논쟁이 뜨겁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을 밀어붙일 경우 특별법 개정과 오염토 정화 등 난제는 풀지 못한 채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산공원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국유지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공급 카드이긴 하지만 특별법 개정부터 미군기지 반환, 오염토 정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는 용산공원 본체 일부를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반대한다. 용산공원은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을 거쳐 120여 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오는 상징적인 공간인 만큼 국가공원으로 온전히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도 서울시와 같은 입장이다. 용산구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안전성 검증 없이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과 개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과 26일 잇달아 만나 용산공원 활용 문제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서울시가 탄천물재생센터와 캠프킴 등 대체부지를 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특별법 고쳐도 끝 아냐…공급 속도는 ‘물음표’
가장 큰 문제는 공급 속도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있어 주택을 지으려면 이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현재 반환된 부지는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아니다. 오염 정도를 조사하고 정화해야 하며 도로와 학교 등 주택 공급에 필요한 기반시설도 갖춰야 한다.
공급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도 개발 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용산공원 어린이정원 일대 등을 고밀 개발하면 수천 가구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공원 기능과 경관, 교통·학교 등 기반시설 부담까지 감안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선례다. 국가공원으로 돌려주기 위해 특별법까지 만든 땅을 주택난을 이유로 개발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다른 공원이나 녹지에 대한 개발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서울의 장기적인 도시계획 원칙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탄천·캠프킴·차량기지…공원 밖에도 땅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대체부지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대신 탄천물재생센터 일원을 입체·복합개발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물재생센터 기능을 유지하거나 재배치하면서 상부와 주변 공간을 활용해 청년 주거와 산업·업무 기능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용산공원 주변 산재부지도 대안이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공원 본체부지와 별도로 캠프킴·수송부·유엔사 등 산재부지를 상업·업무·주거·문화 등의 복합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분하고 있다. 공원 본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도심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기지도 빼놓을 수 없다. 신규 택지가 사실상 고갈된 서울에서는 철도·차량기지와 공공시설 상부를 입체개발해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물재생센터와 차량기지는 기존 시설을 운영하면서 개발해야 해 공사비가 많이 들며 관계기관 협의와 안전 문제도 풀어야 한다.
◇공공부지만으로 부족…민간 정비사업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공공이 가진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는 것만으로 서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의 공급 속도를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세권과 저층 노후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의 용적률 등 도시계획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사업 절차를 단축하면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상당한 공급 여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 유휴부지와 입체복합개발은 마중물로 활용하고, 민간 정비사업을 본격적인 공급 축으로 돌리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용산공원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며 “오염토 정화와 특별법 개정 등으로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물량과 속도 측면에서 대체부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천물재생센터와 캠프킴 주변 부지, 차량기지 입체개발 등에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을 더하면 용산공원을 훼손하지 않고도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공공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저층 노후지역의 민간 정비사업을 병행해 공급 물량과 속도를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도 “용산공원은 120여 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최초의 국가공원인 만큼 단기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별법상 제약과 토양오염 정화, 기반시설 확충 부담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인 공급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주택 공급은 용산공원 대신 유휴부지와 철도·차량기지 등을 입체복합개발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토지 보상 부담을 줄이면서 직주근접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부지를 발굴해 구체적인 공급 로드맵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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