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2기 내각 발표 성명은 서슬 퍼랬다.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난에 신음하던 국민들은 서민 주거 안정을 향한 국가 통치자의 결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기에 충분했을 듯하다.

하지만 공개된 장관 후보자들의 이력에선 그 결기가 거대한 자가당착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올릴 예비 내각의 면면은 가히 부동산 실전 투자 일타 강사를 뺨칠 정도다.

위장전입을 통한 철거민 특별공급을 챙기고 부친과 아들에 걸쳐 3대가 투기 의혹을 받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17년 장기 비거주로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며 버텨온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가족 찬스’를 동원한 영끌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부동산 불로소득을 비판하던 시기에 단기 매매를 했다는 논란을 산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가 망국병으로 지목해 하지 말라고 한 것을 골라 몸소 실천한 이들이다.

평범한 서민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온갖 편법과 투자 기교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이력에 찬란한 훈장처럼 박혔다. 이쯤 되면 국정을 이끌 장관을 뽑자는 것인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산을 늘려온 ‘부동산 기술자들’에게 감투를 씌워주겠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 정부가 빠진 자기모순의 민낯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해명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비거주 보유 및 가족 간 무이자 대여 논란과 더불어 갭투자(전세 낀 매매) 지적에 그는 “총선 출마를 위해 주거지를 이전해야 했던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항변했다.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 교육, 정치적 행보 등 현실적 제약에 떠밀려 자기 집을 세놓고 타지에서 차가(借家) 신세를 지는 것은 이 땅의 수많은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겪는 보편적 삶의 형태다. 대통령의 과거 거주 이력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거주 여부를 떠나 주택 매입 기저에는 자산 보존이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적 동기가 깔리는 건 장관 후보자나 중소기업에 다니는 옆집 ‘김부장’이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단순히 ‘탐욕스러운 부동산 투기꾼들의 내각 장악’이라는 평면적인 분노로 소비해선 곤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부동산 거래 내역 그 자체가 아니다. 통치 권력이 보여주는 ‘이중 잣대’에 국민은 실망하고 정부는 신뢰를 잃는다. 국민이 영끌로 집을 사거나 비거주 주택을 소유할 때는 시장을 교란하는 ‘망국적 투기’로 낙인찍고 징벌적 규제를 남발하면서, 자신들의 행위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며 셀프 면죄부를 주는 처사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의 갭투자는 피치 못할 선택이고, 남의 갭투자는 척결해야 할 투기 적폐’라는 아전인수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정책의 성패는 제도의 정교함에 앞서 정부가 가진 도덕적 명분과 일관성에서 갈린다. 대중은 정책이 거칠고 팍팍하더라도 그 잣대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될 때 기꺼이 불편을 감내한다. ‘나는 합리적이고 타인은 모두 적폐요 투기꾼’이라는 오만함은 정책의 신뢰를 밑바닥부터 붕괴시키는 치명적 독이 된다.

이제 공은 국회 인사청문회로 넘어갔다. 다가올 청문회는 후보자의 정치색에 따라 낙마 여부를 가리는 정쟁의 자리만은 아니다. ‘부동산 투기 타파’를 외친 정부의 국정 철학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갖췄는지, 아니면 양두구육의 거짓이었는지를 검증하는 엄중한 시험대다.

국회는 부동산 기술자들이 구사한 편법의 기교를 낱낱이 파헤치고 그들이 쥐어짠 기술이 국민에게 강요한 잣대와 얼마나 어긋나는지 매섭게 추궁해야 한다. 자신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의 잣대가 완전히 모순된 이들에게 국정을 맡기고 싶어 하는 국민은 없다.

장관의 자격은 무결점의 도덕군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는가. 이번 청문회를 통해 그 염치의 기준을 단단히 세워야 한다.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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