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오픈소스부터 제조·인재 양성까지 협력 제시

“글로벌사우스 집단 부상…세계 다극화 전환”

“힘이 정의라는 논리 버려야”…주권 평등 강조

유엔·WTO 개혁 촉구…中 중심 다자협력 추구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서방 신흥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를 상대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AI 오픈소스와 스마트 제조, 과학기술 인재 육성 등을 앞세워 글로벌사우스와의 기술·산업 협력에서 주도권을 확대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다자주의와 주권 평등을 강조하며 미국의 일방주의를 겨냥한 메시지도 내놨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 2단계 회의에서 “대(大)브릭스가 큰 역할을 하고 큰 발전을 이루려면 실무 협력의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며 이 같은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브릭스가 신흥시장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사우스를 연결하는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방과 협력, 호혜와 상생을 견지해야 한다”며 산업망과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거대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중국이 AI, 무역·투자, 디지털 산업, 스마트 제조, 과학기술 인재 육성 등 5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AI 분야에서는 브릭스 국가들을 위한 오픈소스 전용 구역을 구축하고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개발과 활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I 관련 연수와 교육을 확대해 개방형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무역·투자 분야에서는 브릭스 국가 간 특수경제구역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정책 연계를 지원하는 스마트 포털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브릭스 서비스무역 포럼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산업에서는 브릭스 디지털 산업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 기술 교육과 교류, 산업 간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회원국의 스마트 공장 건설을 지원하고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고도화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브릭스 국가 간 엔지니어 양성 연맹을 설립해 공동 교육과 청년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첨단 기술 분야의 인재를 공동으로 육성해 브릭스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시 주석은 경제·기술 협력 확대와 함께 글로벌사우스의 단결과 다자주의를 거듭 강조하며 미국을 겨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그는 “백년 동안 없던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글로벌사우스가 집단적으로 부상해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크든 작든, 강하든 약하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두 국제사회의 평등한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질서를 둘러싼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시 주석은 “규칙이 없는 세계는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와 같아 혼란과 무질서를 피할 수 없다”며 국제 규칙은 특정 국가가 아닌 각국이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권이 곧 정의’라는 논리는 통하지 않으며 이미 오래전에 버려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을 함께 지켜야 한다면서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잣대’도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 개혁에 대한 요구도 내놨다. 시 주석은 유엔의 권위와 역할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혜국대우 원칙을 유지하고 국제금융 구조를 개혁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국제기구 내 대표성과 발언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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