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배만 채우는 사료의 시대는 끝났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그동안 사람의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쌓아온 핵심 경쟁력을 반려동물 밥그릇으로 속속 옮겨 담고 있다.

유산균, 클로렐라, 상어 연골 등 고부가 식재료가 반려견의 눈과 관절, 장을 위한 맞춤형 영양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단순히 '무엇을 먹일지'를 넘어 '어디에 좋은지'를 따지는 깐깐한 펫헬스 시장이 식품업계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는 가구의 비율은 29.2%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중 개를 기르는 비율은 80.5%, 고양이는 14.4%였다. 사실상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요 식품기업들은 기존 식품 사업에서 확보한 원료와 연구개발(R&D) 역량을 펫헬스 분야로 확대하고 나섰다.

대상그룹이 지난 2023년 설립한 대상펫라이프는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닥터뉴토'와 반려동물 간식 및 용품 브랜드 '뽀시래기' 등을 운영하며 일찌감치 펫시장에 발을 들였다.

닥터뉴토에서는 반려동물용 프로틴 드링크와 기능성 주식, 영양 간식, 영양제 등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펫푸드 성장세에 따라 대상펫라이프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5% 증가했다.

최근에는 일반 펫푸드를 넘어 건강관리 영역에 더 힘을 쏟고 있다. 대상펫라이프는 지난 7월 반려견 관절 건강에 특화한 영양제 '아이큐어 데일리케어 관절'을 출시했다. 콘드로이친을 함유한 상어 연골 분말과 해조 칼슘 등을 적용해 개발한 제품이다. 반려견의 눈 건강·인지 기능을 돕는 제품에는 L-아르기닌과 클로렐라를 적용했다.

hy는 본업에서 축적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역량을 반려동물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hy는 반려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연구하고 있으며, 자사 연구 결과를 통해 장 건강과 면역 활성, 모질 개선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hy 제품은 식품기업이 사람을 대상으로 개발해온 프로바이오틱스와 영양 소재를 반려동물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이 가장 잘 다루는 식재료도 반려동물 밥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참치'가 강점인 동원F&B는 2014년 펫푸드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출범시켰다. 현재 뉴트리플랜은 신선한 참치와 동물성 원료를 활용한 고단백 제품을 비롯해 습식·건식·간식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동원F&B는 '30년 이상의 전문성'과 참치를 활용한 맞춤 레시피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림그룹은 육류 사업의 강점을 펫푸드에 적용했다. 하림펫푸드의 브랜드 '더리얼'은 사람이 먹는 것과 동일한 등급의 '100% 휴먼그레이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육분 대신 하림그룹에서 공급받는 닭과 오리 등 생고기와 엄선한 소고기·연어 등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반려동물 역시 고령화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도 일반 사료에서 프리미엄·기능성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무엇을 먹일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관절과 장, 피부, 인지 능력, 체중 등 '어디에 좋은 것을 먹일지'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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