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수행 지지도 33%·부정평가 59%… 민주 11%p 우세
가상화폐·물가 등 정조준… 공화당 패배땐 레임덕 불가피
미국 중간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가운데 민주당이 하원 장악을 위한 우위를 확대하고 있어, 민주당이 실제 하원 다수당이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후반부부터 의회의 강도 높은 견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퀸니피악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3%, 부정 평가는 59%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65%에 달했다.
이란 상황에 대한 평가는 긍정 29%, 부정 65%였고, 캐나다와의 무역정책 역시 긍정 28%, 부정 62%로 민심이 악화했다.
하원 선거 지형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49%로 공화당 38%를 11%포인트 앞섰다. 민주당의 의회 업무 지지도는 21%에 불과해 공화당(26%)보다 낮았지만, 어느 당이 일반 유권자의 고민을 더 잘 이해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민주당이 46%로 공화당(35%)을 앞섰다.
경제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최근 조사들에서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이란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도 겹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보도에서 중간선거를 50여일 앞두고 공화당이 의회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하원·상원 장악을 위해 최근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 직접 나서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고 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지킬 경우 미국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관련 보도에서 이 비용이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으며 민주당으로부터 사실상 ‘매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귀결될 경우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보도한 것처럼 민주당은 이미 다수당이 되는 상황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할 준비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은 트럼프 일가의 가상화폐 투자와 해외 거래, 정부 계약 수주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국세청과의 합의, 트럼프 일가와 연계된 기업의 사업 거래 등 광범위하다.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의 대외정책 관여와 이해충돌 의혹,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특혜 및 사면 과정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보복’ 의혹도 파고들 태세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을 둘러싼 행정부의 조치뿐 아니라 백악관 연회장과 각종 개발사업, 케네디센터 장악 과정까지 의회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중간선거 패배시 자신에게 향할 민주당의 공세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유세에서 “나는 탄핵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지만 실제로 조바심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진영에서는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 직접 유세에 나서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면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고 하원 패배 폭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실제 하원을 탈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탄핵소추까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이 상임위원장과 소환·조사 권한을 행사하면서 행정부와 트럼프 일가를 겨냥한 청문회와 자료 제출 요구를 잇달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핵심 입법과 예산안도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이 추진하는 정책의 상당수가 의회 협상 없이는 실행되기 어려운 만큼, 중간선거 패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여론 흐름이 선거일까지 이어지고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여부와 별개로 의회 통제력을 잃고 조사와 견제에 시달리는 사실상의 ‘레임덕’ 국면에 조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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