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선언’ 만장일치 채택
이란·UAE도 공동성명 참여
“글로벌사우스 대표성 확대를”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정상들이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와 분쟁 확산 방지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러시아·인도 등 브릭스 핵심국들이 중동 문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서 공동 목소리를 키우며 글로벌 사우스에서 브릭스의 외교적 존재감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로이터·리아노보스티통신 등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2026 뉴델리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해서 고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최대한 자제하고 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는 행동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대화와 협의, 외교를 통한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성명에는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과 이란의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모두 참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UAE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렸지만, 브릭스 정상들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고 확전 자제와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공동 입장을 마련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정상회의에 참석해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들과 함께 중동·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데 있어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특히 타국의 내정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브릭스가 국제 문제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브릭스 정상들은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를 겨냥해 “국제법을 위반한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는 일방적 관세와 비관세 조치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각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양자 회담에서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관한 구체적 질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들의 협력 의지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현재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면 자신도 마이애미에 가서 그를 만나겠다고 밝혔으나,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만나자는 입장이다.
국제질서 개편 요구도 이어졌다. 모디 총리는 현재 글로벌 협력 체계가 권력과 의사결정권이 정점에 집중된 ‘피라미드’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신흥경제국의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유엔 안보리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안보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모디 총리를 비롯해 페제시키안 대통령 등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회의장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나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브릭스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중동전쟁과 에너지 안보, 제재, 관세, 유엔 개혁 등 국제 현안에 대한 비서방권의 공동 대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이 중동전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브릭스가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플랫폼을 자임하며 국제 문제에 대한 발언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