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정부계약·정부계약 등 전방위 조사 예고
하원 감독위·법사위·외교위 등 상임위서 공격 예상
WP “민주 보좌진, 다수당 시나리오 맞춰 조사 준비”
백악관 맞불 준비…당직자 ‘의회 조사 대응법’ 교육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정조준해 대대적인 의회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가상화폐 투자부터 정부 계약 특혜, 정적에 대한 보복, 비선 외교,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조사 대상이 광범위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민주당 보좌진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되찾는 시나리오에 대비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조사 전략 마련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하원뿐 아니라 상원 다수당까지 탈환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내년 1월부터 하원의장과 각 상임위원장을 맡아 행정부에 대한 의회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부패 및 사익 추구 의혹이 워낙 광범위하다며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총동원돼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가장 큰 조사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탄핵소추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실제 탄핵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탄핵 자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재산 증식 과정 및 이해충돌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전략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이미 트럼프 일가가 가상화폐와 해외 거래 등을 통해 거둔 수익을 추적해 관련 자료를 공개해왔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첫해 해외에서 받은 돈을 통해 22억5000만달러(약 3조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원 법사위원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연계된 벤처캐피털 업체 1789 캐피털과 아메리칸 벤처스가 투자한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정부 계약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트럼프 일가와 기업을 세무조사로부터 보호하도록 한 국세청(IRS)과의 합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의 ‘조기 접근권’ 판매,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업 거래 등도 조사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가족을 넘어 그의 정치적 지지자들에게 돌아간 각종 특혜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특히 2021년 1월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면받게 된 과정도 의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차기 하원 천연자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재러드 허프먼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풍력 사업 처리 과정도 문제 삼고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에너지 기업에 해상풍력 임차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12억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이 돈을 트럼프 대통령의 기부자가 소유한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재투자하도록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스티브 윗코프와 쿠슈너의 외교 활동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두 사람이 공식 정부 직책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이스라엘·이란·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여하면서 개인적인 사업 이해관계까지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아랍에미리트(UAE)와 연계된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및 윗코프의 아들들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회사 지분 5억달러어치를 매입한 거래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보복 의혹도 파고들 계획이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에 대한 조치와 함께, 지난해 11월 군 장병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한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조치가 정치적 보복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틴과의 관계를 비롯해 백악관 연회장 신축, 워싱턴DC 리플렉팅 풀 공사, 케네디센터 장악 문제 등도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차원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공세를 예상한 백악관 역시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WP에 따르면 백악관은 법률고문실을 통해 행정부의 정무직 임명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의회의 조사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충돌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탄핵이라는 승부수보다 의회 조사권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측근들의 재산과 사업, 행정 결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정치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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