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카니발보다 전고 270㎜ 높여

2·3열 넉넉하고 4열도 실사용 가능

큰 덩치에도 실주행 연비 ℓ당 14㎞

카니발 하이루프 정측면부. 임주희 기자
카니발 하이루프 정측면부. 임주희 기자

허리를 펴고 차에서 내렸다. 키가 작은 편인 기자에게는 고개만 살짝 숙이면 말 그대로 차 안에서 '걸어 다닌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성인도 이 정도인데 어린 아이들이라면 차 안을 마음껏 휘젓고 다닐 만하다.

최근 기아의 '카니발 하이루프' 1.6 터보 하이브리드 9인승 모델을 타고 약 42㎞를 달려봤다. 시승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단순했다. 기존 카니발도 충분히 큰데, 지붕을 더 높인 것이 실제 이용할 때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까.

결론부터 말하면 270㎜가 주는 편안함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카니발 하이루프는 기존 카니발보다 전고를 270㎜ 높였다. 기존 카니발 하이리무진과 동일한 스틸 소재 루프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카니발 하이루프의 2·3·4열 모습. 임주희 기자
카니발 하이루프의 2·3·4열 모습. 임주희 기자

차 문을 열고 2열에 올라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머리 위 공간이다. 일반적인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는 앉았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느냐가 헤드룸을 판단하는 기준이지만 이 차에서는 그런 기준 자체가 무의미했다.

2열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면 머리와 천장 사이에 공간이 한참 남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도 고개를 살짝 숙이는 정도면 충분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이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올 듯하다.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거나 옷을 갈아입히고, 차 안에서 짐을 정리할 때 몸을 웅크려야 하는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 캠핑이나 장거리 여행 중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천장의 가치가 더 커질 것 같았다.

단순히 높기만 한 것도 아니다. 2열과 3열 공간 역시 넉넉하다. 2열에서 무릎 공간을 욕심껏 확보한 상태에서도 3열에 성인이 앉을 공간이 충분했다.

카니발 하이루프 4열을 접은 모습(왼쪽)과 3열까지 접은 모습. 임주희 기자
카니발 하이루프 4열을 접은 모습(왼쪽)과 3열까지 접은 모습. 임주희 기자

특히 9인승 차량에서 흔히 '비상용'으로 생각하기 쉬운 4열도 의외였다. 2열과 3열 승객이 조금씩만 앞쪽으로 자리를 양보하면 4열에도 사람이 앉을 만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성인 9명이 장시간 여행하기에 최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명이 한 차로 이동해야 할 때 4열도 실제 좌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사람 대신 짐을 싣기 시작하면 카니발의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4열 좌석만 접어도 뒤쪽에 상당한 적재공간이 생긴다. 가족여행용 캐리어나 유모차, 캠핑장비 정도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실을 수 있을 정도다.

3열까지 접으면 공간은 훨씬 커진다. 2열까지 최대한 활용하면 웬만한 짐을 옮길 때 작은 화물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이 정도면 간단한 이사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실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사람을 많이 태우는 패밀리카와 짐을 잔뜩 싣는 차 사이를 좌석 배치 하나로 오갈 수 있다는 것이 카니발 하이루프의 강점이었다.

덩치가 큰 차지만 일상에서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기능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전동 슬라이딩 도어다. 운전석에서 뒷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 가족이나 지인을 태울 때 운전자가 직접 내려 문을 여닫을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상황에서도 유용했다.

카니발 하이루프 1열 모습. 임주희 기자
카니발 하이루프 1열 모습. 임주희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분위기는 의외로 익숙하다. 머리 위로 거대한 공간을 얹었지만 운전 감각까지 승합차처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차체 크기를 의식해야 하는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을 제외하면 평소 카니발을 운전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에는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 기아는 카니발 하이루프를 3.5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운영한다.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큰 차를 움직일 때 더욱 분명했다. 출발할 때부터 엔진이 요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 부드럽게 차체를 전진시켰다. 가족들이 주로 타는 미니밴의 특성을 생각하면 폭발적인 가속력보다는 이런 매끄러운 움직임이 더 잘 어울렸다.

약 42㎞를 달린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14㎞ 수준이었다. 덩치 큰 9인승 차량을 운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수치였다. 특히 많은 사람과 짐을 싣고 장거리를 자주 달리는 소비자라면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하이브리드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니발 하이루프 측면부. 임주희 기자
카니발 하이루프 측면부. 임주희 기자

카니발 하이루프가 하이리무진처럼 화려한 'VIP 의전차'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실내에는 스웨이드 소재와 후석 LED 독서등 등을 적용했지만 핵심은 각종 편의장비를 잔뜩 집어넣는 것보다 기존 카니발의 활용성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크게 늘리는 데 있다.

가격은 에서도 이런 성격이 드러난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기준 노블레스 5666만원, 시그니처 6021만원이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공간성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글·사진=임주희 기자 ju2@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주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