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메모리와 인공지능(AI) 칩을 넘어 반도체 장비와 핵심 부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가 제한되자 심자외선(DUV)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산 노광장비와 관련 부품 개발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통신·기술기업 화웨이는 중국 내 반도체 장비 공급망 구축을 위해 DUV 노광장비 업체와 광학·광원 등 핵심 부품 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화웨이가 중국의 DUV 노광장비 업체인 율량성과 노광장비용 광학 부품 및 고출력 광원 업체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개별 장비 제조사뿐 아니라 노광장비 제작에 필요한 부품 업체까지 지원하면서 중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율량성은 중국산 DUV 노광장비를 개발해 현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시험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DUV 장비 12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중국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 ASML의 노광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DUV 장비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FT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향후 3년간의 증설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규모의 ASML DUV 장비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EUV 장비의 중국 수출이 제한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DUV 장비를 미리 확보해 생산라인 증설에 필요한 장비를 마련한 것이다. DUV는 EUV보다 낮은 해상도의 노광 기술이지만 다양한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며, 다중 노광을 활용하면 보다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CXMT와 YMTC가 DUV 장비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메모리 산업의 생산능력 확대 때문이다. CXMT는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YMTC도 낸드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중국 내 메모리 공급망에서 비중을 키우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DUV 노광장비뿐 아니라 노광공정에 필요한 투영렌즈와 광원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첨단 노광장비 시장은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EUV 장비는 ASML만 양산하고 있으며, DUV 분야에서도 ASML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노광장비에 사용되는 고성능 광학계는 독일 자이스, 광원 분야는 일본과 미국 업체 등이 강점을 갖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들 해외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반도체 생산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장비 자체뿐 아니라 주요 부품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중국산 노광장비가 ASML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비 생산량과 성능, 수율, 안정성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DUV 장비 역시 아직 개발 및 시험 단계에 있는 제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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