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린턴·부시 시절 ‘대통령 일일 브리핑’ 71건 공개

뉴욕 국립 9·11 메모리얼 & 뮤지엄에서 11일(현지시간) 열린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에 척 슈머(왼쪽 두번째부터)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미셸 오바마가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 국립 9·11 메모리얼 & 뮤지엄에서 11일(현지시간) 열린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에 척 슈머(왼쪽 두번째부터)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미셸 오바마가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 참사 25주년을 맞아, 당시 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와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정부 극비 기밀자료를 대거 공개했다. 자료에는 과거 미 정보당국이 테러 이전에 이미 구체적인 공격 징후를 여러 차례 포착해 보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은 1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9·11 테러 희생자들과 테러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요원들을 기리기 위해 대통령 일일 브리핑(PDB) 자료 71건의 공개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 정보기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최고 등급의 극비 문서가 이처럼 한 번에 대규모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1998년 2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파일부터 테러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올라간 보고서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테러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알카에다의 본토 공격 위험을 경고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AP 통신과 NYT 등 CIA 공개 자료를 분석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1998년 7월 보고서에는 ‘빈라덴이 미국에서 공격을 수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가 화학·생물학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돼 있다.

같은 해 9월 보고서에는 ‘빈라덴이 워싱턴DC에서 미 본토를 공격하는 옵션을 선호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알카에다가 ‘폭탄을 실은 비행기를 미국 도시에 날려 보낼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NYT는 “25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보면 선견지명이 있는 경고”라고 평가했다. 1998년 12월 보고서에는 빈라덴 네트워크의 일부 멤버들이 항공기 납치 훈련을 받았다면서 비행기 납치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AP는 “다른 문서들은 방사성 물질을 주입한 재래식 무기인 ‘더티 폭탄’ 제조를 위한 재료를 확보하려 한 사실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며 “정보당국자들에 따르면 1999년 6월 무렵까지 빈라덴의 요원들은 에너지 출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폭발물 실험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보고서 중 하나에는 빈라덴이 히로시마식 공격(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핵폭탄을 투하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고농축 우라늄을 구매하려 시도했다는 정보도 포함돼 있다.

테러 발생 2년 전인 1999년 보고서를 보면 미 정보당국은 빈라덴이 일부러 자신이 미국에 대한 공격 의도가 없다는 기만 작전을 쓰고 있다는 점도 파악하고 있었다.

테러 공격 한 달 전인 2001년 8월 6일에는 “빈라덴, 미국 공격 결심”이라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이 당시 정보 당국자들은 뉴욕의 연방 청사에 대한 감시 활동을 포함해 항공기 납치나 기타 유형의 공격 준비와 일치하는 의심스러운 활동을 보고하면서 연방수사국(FBI)이 빈라덴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미 전역에서 약 70건의 전면 현장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외신들은 미 정보당국이 지속적으로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위협 정보가 산발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과정에서 실제 발생할 대형 참사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9·11 테러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이날 펜타곤에서 열린 25주년 추모식에서 고개를 숙였다. 라이스 전 장관은 “당시 책임자였던 우리는 테러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제때 위험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깊은 개인적 자책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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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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