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원 국회 로텐더홀서 기자들과 문답 중
“총리께 ‘수사지휘’ 페북, 뭔 취지냐” 따진 남성
답변중 자르기 거듭, ‘누구시냐’니 “일반인이다”
버티다 “기자아니면 빠져야하냐” 빈정대며 떠나
총리실 총괄기획과장으로 이내 확인…3급 추정
‘총리님-간부 대화방’ 띄운 채 취재진 틈에 섞여
한동훈 “野 사찰 총리 책임, 김승원件 왜 끼나”
한성숙 “사찰? 부적절, 안 시켰다” 사과는 없어
국무총리실 3급(부이사관) 공무원이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이던 국회의원에게 “일반인”을 참칭하며 방해한 일이 벌어졌다. 누구든 신원을 엄격하게 검증, 일반인·언론인·공직자까지 구분해 방문·출입 허가를 내주는 국회 본청 내부에서다. 행정부에 의한 야권 국회의원 사찰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다.
앞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오빠 독약로비’ 의혹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자꾸 얘기하는 프레임이 이상한데, 저는 검찰로부터 어떤 자료를 받고 협력한 적 없다. 지금 이재명 정권까지 온 검찰에 그런 거 내줄 배짱·의기있는 검사가 없다. 그러니 꿈 깨라”고 정부·여당의 ‘검찰 기밀유출’ 여론몰이를 공박했다.
검찰 내부 협력이나 자료유출을 단언한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관련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히 권력자를 봐준 잘못된 처분을 검찰 관계자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밖으로 내보내면 박수칠 일”이라며 “이번엔 ‘애석하게’ 그 경우는 아니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저는 국회의원이다. 공익제보를 받는 몇가지 중요한 주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 직후 기자들 틈에서 신원불상 남성이 “페이스북에 총리‘께’ 수사지휘를 한다고 올리셨는데 무슨 취지로 수사지휘라고 올리신 거냐”고 한성숙 국무총리의 격을 높여 물었다. 전날(9일)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승원 후보자가 기소유예 처분된 청탁로비 의혹 물증 폭로에 관해 “관계기관이 (수사자료) 유출 경위와 위법 여부,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한동훈 의원은 전날 “‘룸싸롱 여동생 브로커’ 편드는게 총리가 할 일인가. 언제부터 총리가 대놓고 ‘수사지휘’를 하나”라고 썼다. 그가 질문에 “어제 이해식 의원 질의에 (한 총리가) ‘관계기관에 엄정한 확인을 지시하겠다’…”까지 말하자, 질문자가 “그러니까 확인을 지시한 거지”라고 반말조로 끼어들었다. 반복해서 말을 자른 그에게 한 의원은 “(총리가) 지시하겠다고 했죠”라고 거듭 되쳤다.
수상하게 여긴 한 의원은 “어느 분이신가? 어디 기자신가?”라고 되물었고, 해당 질문자는 “일반인”이라고만 했다. 한 의원은 “아 일반인이세요? 기자회견이다. 여기까지만 질문 받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총리에겐 수사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 수사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걸 ‘감찰’이란 명목으로 엄정하게 확인해 보란 건 어불성설이다”며 “한성숙 총리는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시라”고 했다.
자칭 “일반인” 질문자는 그치지 않고 “만약에…”라며 끼어들기를 거듭했다. 한 의원은 “지금 기자회견이니까요”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해당 남성은 “기자 브리핑이면 빠져야 하나, 알겠다”고 비꼬며 떠났고 한 의원은 “재밌는 분이네요”라고 했다. 한 의원은 질의응답 종료 후 기자들에게 “아까 제게 총리 관련 질문했던 비(非)언론인이 총리실 소속 직원이란 얘기를 들었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뒤이어 한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국회에서 기자들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한 총리를 옹호하고 저를 공격하는 질문을 했고, 제가 평소 기자 소속은 안 묻지만 질의내용과 공격성이 이상해서 어디 소속 기자인지 물었다”며 “그러자 그 사람은 ‘일반인’이라 답하고 계속 질의했다. 우연히 확인한 결과 그 사람은 총리실 소속 이병호 기획총괄과장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국회 출입기자들 틈에서) ‘기자인 척’ 하다가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한 것이다. 정말 황당하고 기괴한 일이다. 책임을 묻겠다”고 총리실에 날을 세웠다. 그가 페이스북에 함께 게재한 사진엔 한 남성이 들고 있는 휴대전화에 “총리님 + 주요간부방”이라는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노출됐다. 공직자 간 대화에 한 총리의 이른바 유출 확인 지시 내용, 한 의원 페이스북 글 캡처까지 올라 있었다.
친한(親한동훈)계 법률가들도 경고했다.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국회 본청 기자회견 현장에 총리실 공무원이 ‘스파이’처럼 들어와 ‘일반인’을 가장하며 방해하는 막장극을 보니 이재명 정권이 ‘공소취소 행동대장 승원오빠’를 얼마나 안간힘 다해 지키려는지 잘 알겠다”고 썼다. 전임 정부 총리실 민정실장을 지낸 홍종기 변호사는 “이건 많이 미친 짓”이라며 “총리실 직원이 기자회견 장소에서 일반인 가장해 의원을 공격하는 건 위법은 당연하고 정부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등판해서도 사진 등을 제시하며 한 총리에게 문제의 직원이 이병호 기획총괄과장임을 확인받고 “총리실이 야당 국회의원 사찰하느냐”고 추궁했다. 한 총리는 “그건 굉장히 적절치 않은 말씀”이라며 비껴가려 했다. 한 의원은 “그럼 저건 적절하냐. 기자인 척 와서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하고 총리 옹호하는 질의를 국회의원 공식 기자회견 와서 하는 게 적절하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나는) 본회의장에 있었어서 어떤 일이 벌어진지 모르겠지만 뭐 상황은 파악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 의원은 “저 텔레그램방에 들어가 계신다. ‘총리님 + 주요간부방’ 참가자 34명 저 대화방에 한 총리님 들어가 있다”며 “이병호 기획과장이 저한테 저거(자료 유출을 전제한 확인 지시)를 보고 총리님 지시 받고 한 거 아니냐”고 했다. 한 총리는 “어떤 일인지 봐야될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한 의원은 “이거 언론 보도까지 났다”며 “어제 이해식 의원 질문엔 가정을 전제로 답하던데 가정 전제로 저게 다 사실이라면 적절한가. 어제는 ‘한동훈에 대한 수사기밀 유출이 사실이라면 엄정하게 문제되고 (확인) 지시하겠다’ 말하지 않았나. 엄중 조치 할 것이냐”고 했다. 한 총리는 “저 내용이 사실이라면 내용 파악해보고 확인해 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좀 있다면 진행(하겠다)…”이라고 흐렸다.
한 의원은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느냐 안 되느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거듭 즉답을 피했다. 한 의원은 이병호 과장이 기자들 주변에서 ‘오늘 내가 질문할 거야’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그거 본인(한 총리)이 시킨 거 아니냐”고 했다. 한 총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 의원은 “그럼 누가 시켰나. 누구 책임이냐. 총리 책임 아니냐”고 되물었고 한 총리는 “제가 시킨 것은 정확히 아니고, 저 부분이 사실이라면 제가 상황 파악해보고”라고 했다가 “적절치 않은 부분이라 생각된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이른바 기밀유출 확인 지시에 대해선 “(총리가) 말하는 ‘관계기관’이 어디냐”고 했다. 한 총리는 ‘총리는 수사지휘할 수 없다’고 인정한 상태에서 “법무부”라고 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과 고소고발로) 수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총리가 법무장관한테 지시할 수 있나. 법무장관만이 검찰총장에 지시할 수 있다”, “총리가 왜 지시를 하나”, “제가 총리 소속의 공직자냐” 등 추궁했다.
한 총리가 “의원님도 법무장관 시절 2023년 오송역 참사 때 감찰·수사를 동시에 진행한 적 있지 않느냐”고 하자 한 의원은 “총리가 법무부 장관인가”라고 되쳤다. 말문이 막힌 한 총리에게 한 의원은 “왜 여기(김 후보자 형사사건 공방)에 끼어드나. 야당 관련 사안 아니었으면 총리가 이렇게 나왔을까. 여당에도 저렇게 기획총괄과장 보내 사찰시켰을까”라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제가 보낸 게 아니고 ‘보냈다’고 말씀하신 부분은 제 입장에서 본다면 의원님이 과하게 해석하시는 부분”이라고 했다.
채널A에 따르면 총리실은 “해당 과장이 궁금해서 물어봤으며 정치적 중립 위반은 아닌 것 같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한 의원은 추가로 페이스북을 통해 “사찰이자 회견 방해다. 이병호 과장은 한 총리가 포함된 텔레방을 보며 이런 행동을 했다”며 “이건 윗선 지시 없이 총리실 과장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니고, 현장엔 다른 총리실 직원도 함께 있었다. 축소할 생각 말라”고 했다. 또 “총리는 김승원 오빠 로비 공익제보자 색출 지시하던 기백대로, 이 과장을 엄중 징계하고 본인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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