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8보다 100만원 비싸
D램 값 3달새 80% 급등 영향
팀 쿡 “100년만의 홍수” 언급
물가압박, 중동전보다 위협적
제조 시장 ‘절대 갑’ 애플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애플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펏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최고 사양의 국내 출고가는 500만원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애플 특유의 프리미엄 가격 정책 외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값 상승이 이제 개별 스마트폰 제조사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모바일용 D램 가격은 최근 1년 새 4배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최신 모바일 D램인 LPDDR5X의 평균 판매가격은 2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78~83%, 그보다 단계가 낮은 LPDDR4X는 같은 기간 70~75% 각각 상승했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 듀오를 비롯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최고 사양인 2테라바이트(TB) 제품의 국내 출고가는 509만원이다. 웬만한 중고차 값과 맞먹는 수준으로 뛴 것이다.
256기가바이트(GB) 기준 국내 출고가는 329만원이다. 불과 한 달 전 삼성전자가 내놓은 같은 용량의 갤럭시 Z 폴드8 출고가는 227만8100원이다. 100만원 이상 비싸다. 상위 모델인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257만7300원)와 비교해도 7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통상 아이폰 출고가가 갤럭시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도 가격차가 크다.
팀 쿡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메모리 가격 급등에 대해 “이것은 100년 만의 홍수다. 어떤 분야에서도 이런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사태를 본 적이 없다”며 아이폰값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의 원가 부담은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2026회계연도 3분기(4월~6월) 제품 매출 원가는 471억5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산 메모리 투입까지 검토했으나, 미국 정치권의 반발에 막히면서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비 칸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최근 중국산 메모리 도입과 관련해 “공급 부족의 규모를 감안하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PC용 D램 계약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5~20%에서 18~23%로 높였다. 2분기 상승률인 45~50%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다. 중국 GF증권은 4분기 글로벌 D램 혼합 평균 가격이 전분기보다 약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칩플레이션’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 출고가는 전년 대비 15% 뛰었다. 가격이 오른 모델은 전체의 40%를 넘었고 올해 새롭게 출시된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 상승 폭은 25%에 달했다.
메모리 대란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PC와 TV 등 정보기술(IT) 제조 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노트북 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칩플레이션이 중동발 기름값 상승을 넘어서는 물가 상승 압박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글 등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프론티어 모델 업체들까지 HBM 물량 확보를 위한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D램 공급 부족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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