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연도부터 적자 감액할 듯

노조는 패널티 개선 요구안 표결

‘N% 성과급’ 쟁의도 못해… 셈법 복잡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체적인 '노노 갈등'에 휩쌓인 가운데, 내년 사업연도 성과급을 놓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과에 연동한 'N% 성과급'이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 노조 내부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가 내년 사업연도에 적자를 낼 경우 성과급 삭감 요인이 되는데, 이를 두고 관련 사업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조만간 조합원 총회에서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패널티 개선 요구안 등을 표결에 부치고, 내년 사업연도 임금·단체협상에 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다.

하지만 증권가에 따르면 두 사업부는 올해 전체 성과급 부담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은 비메모리 부문 성과급 임금협상 당시 올해까지는 전체 반도체 부문을 합산한 성과급을 일부 지급하는 대신 내년부터는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감액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리포트에서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가 올해 연간 6조9000억원, 내년엔 6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종전 추정치보다 각각 1조4000억원, 3조8000억원 적자 폭을 확대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을 반영해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칩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부담을 떠안은 데다 환율, 성과급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올해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자 DS부문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반도체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사측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올해는 각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 비율의 삭감 조건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사업연도부터는 적자 사업부에 대해 특별경영성과급 감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블라인드를 비롯한 주요 게시판에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가 다 같이 잘 되기 위해 회사와 싸웠지만 결과적으로 비메모리 인원들은 메모리 공통을 위해 싸운 꼴이 됐다", "파운드리 노조는 탈퇴 곡선을 타고 있어 과반 노조는 깨질 것" 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AP)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시스템LSI의 경우 석·박사 등 소위 '고학력 직군' 비중이 높은 편인데, 메모리사업부와 현저한 상여 차이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단 초기업노조는 내달 6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성과급 분배 전사 기준 통합 요구안, 초기업노조 가입 자격 축소(DS부문 한정)에 따른 규약 변경안,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패널티 개선 요구안 등 3건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하지만 적자 사업부의 패널티 개선 요구는 'N% 성과급'과 상충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내년도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적자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 논리를 만드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정부의 'N% 성과급' 쟁의 금지 발언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고심은 더 깊어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에 따르면 '영업이익 N%'에 대한 성과급 요구나, '사업경영상 결정'에 관한 것들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번 성과급은 영업이익이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노조의 요구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비메모리 노조를 버리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5만여명인데, 이 중에 30% 이상은 비메모리 부문이다. 만약 비메모리 부문의 탈퇴 러시가 시작되면 초기업노조의 협상력은 더 약해진다.

초기업노조는 세트(완제품) 중심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떼 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오는 16일부터 22일 오전 10시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총회를 진행한다.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 불신임, 이원일 초기업노조 광주지회장 불신임, DS부문 소속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 개정 등이 이번 총회의 안건이다.

이 와중에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조끼 등 집회 준비 물품을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노조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DX부문 동행노조는 "최 위원장 장인 업체와의 약 3억7000만원의 거래와 관련해 해당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거나 인지한 사실이 없다. 이를 문제제기하거나 이슈화한 사실도 없다"며 "'동행 노조가 선거기간을 중심으로 이슈화하고 있다'는 취지로 동행을 끌어들인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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