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한성대 석좌 교수
트럼프 행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경제 성과와 이란 전쟁, 그리고 트럼프주의에 대한 유권자의 신임투표 성격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경제다. 성장률과 국가부채, 물가 및 주거비 등 유권자가 피부로 느끼는 경제 현실이 표심을 좌우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공약으로 세 가지를 내세웠다. 경제를 살리고 물가를 낮추며 불법이민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2025년 2.1%에서 2026년 2분기 1.5%로 떨어졌다. 바이든 행정부 4년 평균치 2.75% 보다 낮은 수준이다. 2024년 9월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전례 없는 성장률을 공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세정책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에너지 가격 상승, 정부 지출 둔화, 금리 상승 등이 겹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도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1기의 감세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 트럼프 2기의 추가 감세가 부채 증가를 부추겼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및 의료지출 증가까지 겹쳤다. 고령화로 재정 지출은 늘어나는데 의회는 감세를 거듭하면서 부채 규모를 키웠다. 국가부채는 불과 4년 반 만에 30조달러에서 40조달러로 불어났다. 부채에 대한 순이자비용만 올해 2조달러에 달해 연간 국방 예산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6년 경제성장을 촉진해 8년 내에 국가부채를 없애겠다고 했던 트럼프의 공약은 이제 워싱턴 정가의 조롱거리가 됐다. 재정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의회예산국(CBO)은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100%에서 2036년 120%, 2056년 17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재정적자 비율도 올해 5.8%에서 2036년 6.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적인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미국이 이르면 3년 안에 부채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20년래 최고 수준인 연 5.3%까지 올랐다. ‘부채가 부채를 낳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의 실질적인 예산 감축과 정치권의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없다면 국채 금리가 크게 떨어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제조업 부활도 아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취임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제조업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6만명 이상 줄었다.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구호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물가와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휘발류 가격은 갤런당 4.1달러로 이란 전쟁 이전보다 평균 1.1달러 올랐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7월 3.7% 상승해 임금상승율 3.2%를 웃돌았다. 실질임금이 사실상 제자리인 가운데 계란과 채소 등 생활필수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의 소비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식비보조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도 11% 삭감됐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유 가격은 잘 모르면서 백악관 볼룸 건설에 필요한 자재 가격은 잘 알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
주거비 부담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신규 주택 중간 가격은 41만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새정부 출범 이후 6%대에서 6.7% 수준으로 상승했다. 의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의료보험료가 지난해 26%나 급등했다. 예산 및 세제 개편으로 300만명이 의료보험 정부 보조 혜택을 잃었고, 자녀가 둘 있는 중산층 가정은 연평균 3500달러의 추가 보험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지난 8월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8%에 그쳤다.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밑돌았을 때 거의 예외 없이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물가와 주거비 상승,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AI발 고용 불안, 이란전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결국 중간선거의 승패는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성적표’가 가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잠재우고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중간선거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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