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역시 언론 플레이가 있었지 않느냐. 왠지 사건이 정치화되는 느낌이 든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를 보복 협박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 가해자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판사가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피해자의 반발을 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모씨의 항소심 공판을 열어, 이씨와 함께 수감됐단 유튜버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A씨는 구치소에서 이 씨가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증인 신문 과정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과 재판장 사이에 희안하고, 매우 보기 드문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씨가 구치소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발언을 한 것이 제 3자를 통해 피해자에게 전달되도록 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재판장이 “피고인은 피고인대로 자기 주장을 하는데, 그러한 주장에 대해 피해자가 겁먹을 내용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앞서 유튜버 A씨는 증인 신문에서 “피고인이 ‘나가면 죽여 버릴 거다’라고 이야기하니 피해자의 안위가 걱정됐다”며 이 씨의 발언을 알린 경위를 설명했다. A씨는 “저녁만 되면 그런 소리를 하고 사건 기록을 보다가도, 어디에 편지를 쓰다가도 계속 이야기했다”며 “이씨와의 대화에서 피해자가 겁을 먹어 언론 인터뷰 등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판사의 발언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가해자가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상처받지는 않는다는 말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장이 자신의 발언 취지를 설명하며 “피해자 역시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언론 플레이가 있었지 않으냐”고 말했고,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언론 활동을 ‘언론 플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재판장은 “이 사건이 왠지 정치화되는 느낌이 든다. 우리 재판부는 그런 판단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사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법률을 적용할 뿐”이라며 공방을 정리했다.
피해자 김 씨는 재판장과의 공방전이 벌어진 상황을 두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후 소설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누가 억울하면 공론화하라고 했나. 판사가 저는 보복 협박이 안 무서웠을 거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급작스럽게 변론 재개돼서 급하게 변호사를 선임하고 오늘 재판장에 갔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러면 어느 누가 피해자를 위해 제보하고 어느 누가 신고를 할까”라고 호소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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