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랄루민·고강도 복합플라스틱 등장에도 철강 지위 여전
충격 견디는 강도·무게 외에도 고려 요소 많아
"낮은 원가·오래 쌓은 신뢰성… 당분간 철강 대체 어려워"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 주행 안전성 역시 비약적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기술 발전으로 탄소섬유와 같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신소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타는 자동차의 뼈는 무거운 철강으로 만든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자동차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150년에 이르렀음에도 철강은 여전히 자동차와 함께한다.
업계에선 자동차 뼈대에서 요구되는 능력이 복합적인데다, 가격이 저렴하고 오랜 기간 검증된 소재는 흔치 않아 여전히 철강이 선택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최근 다양한 신소재가 연구되면서 앞으로는 여러 부위에 맞는 신소재가 채택되는 구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철강에 도전장 내민 소재들
철강의 자리를 넘본 소재들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항공기용 경량소재로 지금까지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 '두랄루민'은 1900년대에 이미 세상에 등장했다. 비행기 골격에 1910년대부터 쓰였다. 이후 초초두랄루민을 지나 7075계열의 고강도 알루미늄까지 빠른 속도로 단단해졌다.
고강도 플라스틱도 세상에 나온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차체에 쓰이는 플라스틱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가 1953년 쉐보레 콜벳의 외판에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을 적용해 차량을 생산하기도 했다. 이후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을 등을 원료로 만든 탄소섬유를 수지와 결합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나오면서 플라스틱 소재는 더 단단해졌다. 2013년 BMW i3는 일반도로용 전기차 상부에 CFRP, 하부에 알루미늄을 적용한 차량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소재는 철강보다 가벼우면서, 충분히 단단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타는 자동차의 뼈대는 왜 여전히 철일까.
◇자동차 프레임이 버텨야 하는 것들
자동차의 뼈대인 프레임은 엄밀히 말하면 순수한 철이 아닌 탄소와 여러 원소를 섞어 필요한 성질이 버무린 각종 철강재를 다시 부위별로 혼합해 만든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오늘날 자동차 한 대 기준으로 철강은 50~60%가량이 들어간다.
이는 오래 유지되는 자동차를 위해서는 가벼우면서 단단하다는 특성 외에도 고려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차체는 평소에는 휘거나 비틀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충돌할 때에는 앞·뒷면의 강철은 설계한대로 찌그러지면서 승객이 받을 힘을 줄여야 한다. 이때에도 승객실은 승객의 보호를 위해 구겨짐이 최소화돼야 한다. 하나의 차이지만 부위별로 쪼개 보면 서로 다른 여러 성질이 요구되는 셈이다.
이와 별개로 차량을 수십만㎞씩 운용하는 과정에서 가해지는 진동·반복 하중도 자체 내구성으로 받아내야 한다.
금속의 경우 한 번으로는 균열이 생기지 않을 약한 하중도 지속적으로 나눠 가해지면 결국 약해져서 균열이 생기고 파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끊어지기 전까지 버티는 능력인 '강도'와 달리, 휘어짐에 견디는 힘을 뜻하는 강성 관련 특성을 나타내는 탄성계수는 철강이 약 200기가파스칼(GPa)인데 반해 알루미늄이 약 70GPa로 낮다.
같은 모양·두께의 부품에 같은 힘을 가하면 철강 쪽이 덜 휘어서 문제를 덜 일으킨다는 뜻이다.
◇알루미늄으로 교체, 어려운 이유
이 같은 알루미늄의 특성 때문에 자동차 차체를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철강으로 만든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강성을 맞추려면 알루미늄 차체는 철강보다 훨씬 두껍도록 두께를 늘리거나 단면을 키워야 한다. 이러면 같은 부피의 철강보다 약 65%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는 무게에서의 이점이 크게 줄어든다.
초고장력강으로 성능을 끌어올려도 문제는 남아 있다. 항복강도(재료에 힘을 가했을 때 영구적인 변형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힘)가 높아지면 강판을 얇게 만들 수 있지만, 비틀림·진동이 설계를 좌우하는 부위는 강도만 높였다고 무작정 얇게 할 수 없다. 미국 에너지부는 철강인 첨단고장력강(AHSS)을 적용할 경우에도 부품 무게를 최대 25% 줄일 수 있다고 보면서도, '강도가 설계를 좌우하는 부품'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알루미늄으로 차체 골격을 만든 일부 차종이 있다. 아우디 e-트론 GT는 차체 골격의 60.5%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다만 이런 차들조차 A·B필러와 루프레일, 센터터널 등 승객실의 핵심 뼈대에는 초고장력강을 썼다. 승객실을 지켜야 하는 부위에는 철강을 남겨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소재와 결합할 때는 부식·수리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플라스틱은 비용이 장벽
미국 에너지부는 홈페이지에서 "무거운 강철 부품을 고강도 강철, 알루미늄 또는 유리섬유 강화 폴리머 복합재와 같은 재료로 교체하면 부품 무게를 10~6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라고 평가했다.
미 에너지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연구평가보고서에는 탄소섬유의 원료인 '전구체'가 섬유 원가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평가가 실렸다.
자동차에 탄소섬유를 더 널리 쓰기 위해서는 저렴한 원료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퍼시픽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가 올해 4월 공개한 복합재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비도 원재료비와 맞먹거나 이를 웃돌기도 한다. 수지를 굳혀 만드는 열경화성 복합재는 금형과 생산 설비에도 큰 비용이 든다. 소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모양을 일정한 품질로 만들어낼 공정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CFRP는 금속처럼 모든 방향에서 같은 성질을 내지 못한다. 섬유가 놓인 방향과 적층 순서에 따라 강도와 강성이 달라진다. 여기에 금속과의 접합 지점 등도 숙제다. 대중차에 경제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철강의 진짜 경쟁력 '신뢰성·대량생산'
인류는 수천 년간 철을 다뤄왔다. 수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신뢰성이 높다. 자동차를 보더라도 수십 년간 강판을 찍고 붙이며 충돌시켰고, 피로수명을 봤고, 부식이나 사고수리 기준도 축적했다.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다루기 쉽고, 가격이 저렴하다.
금속 본연의 성질 외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철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전형적인 강판 승용차 차체에는 4000~5000개의 용접부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별강판이 단단해져도 용접부가 단단하게 이어지지 않으면 피로수명은 비례해서 늘어나기 쉽지 않다. 강한 소재를 써도 차체 전체가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최근에는 신소재들을 보다 단단하게 잇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먼 미래에는 더 단단하고 더 잘 견디는 질긴 소재들이 차량에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철강도 업계도 첨단고장력강 등을 개발해 스펙을 끌어올렸고, 무엇보다 철강은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안에서 저렴하고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존 생산체계가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철강을 대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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