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월 변동성 4.1%…세계 최고

서킷브레이커 13회·사이드카 72회

해외 레버리지도 증시 충격 키워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당시보다 더 큰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기업에 주가 상승이 집중된 데다 국내외에서 쌓인 레버리지 투자까지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증시의 급등락을 증폭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일별 변동성은 세계 주요 3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의 비중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두 배에 달했다.

◇국내 증시 변동성 세계 최고…반도체 두 종목이 상승분 77%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증시의 일별 주가 변동성은 4.1%로 지난해 1.4%의 세 배에 육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2%와 코로나19 사태 당시 2.6%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상위 30개국의 평균 주가 변동성은 1.3%였다. 한국은 조사 대상 중 변동성이 가장 높았으며 2위인 일본(2.1%)과 3위 대만(2.0%)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날의 비중도 22.5%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1.3%, 코로나19 당시 7.2%보다 훨씬 높다. 올해 1~7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각각 13회와 72회 발동돼 2008년 연간 발동 횟수인 2회와 45회를 이미 넘어섰다.

한은은 국내 증시의 반도체주 쏠림을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1~6월 코스피 상승분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한 비중은 약 77%에 달했다. 코스피가 8000선에서 9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는 두 종목의 기여율이 99%까지 치솟았다.

지난 7월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한 비중도 각각 28.2%와 23.0%로 합계가 절반을 넘어섰다. 이에 반도체 업황 전망이 흔들리자 두 기업의 주가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가 크게 출렁였다는 분석이다.

◇빚투 청산에 매도 물량 쏟아져…홍콩 레버리지 ETF도 영향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변동성을 키웠다. 증권사 신용융자 등 주식 관련 대출을 활용한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21% 증가했다. 신용대출과 보험약관대출 등 다른 금융권 대출을 주식 투자에 활용한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주가 상승기에 쌓인 레버리지 투자금은 6월 하순 이후 증시가 조정받자 빠르게 청산됐다. 특히 대규모 반대매매가 장 초반 한꺼번에 실행되면서 매도압력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고 장중 변동폭도 커졌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 투자도 급증했다. 레버리지 ETF는 일정한 수익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주식을 더 사고, 가격이 내리면 추가로 파는 구조다. 이에 주가가 하락할 때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을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에서 판매된 국내 반도체주 연계 상품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은 올해 상반기 20배 이상 급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상품 운용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내 현물과 선물·옵션을 거래하면서 해외 레버리지 투자의 충격이 국내 증시로 전달된 것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개인의 매수 여력 약화도 변동성을 키웠다. 주가가 5% 이상 급락한 날 개인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5~6월 7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7월에는 3조5000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던 개인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일시적인 수급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최근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지만 반도체 섹터 쏠림 등으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차입을 통한 거래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집중 완화, 투자자기반 확충 등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통해 대내외 충격에 대한 시장의 복원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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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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