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결국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은 서로의 원유 유통망과 에너지 핵심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는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중동발 공급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다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개장한 뉴욕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출발했다.

CNBC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8%가량 급등하며 배럴당 100.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3.0% 이상 오른 배럴당 95.85달러를 기록해 지난 6월초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유가 폭등은 양국 군 당국이 상대국의 원유 수송 자산을 직접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불이 붙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미 해군 군함 공격 시도에 대한 응징 조치로,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크섬 인근과 오만만에서 이란 측 원유 운반선 5척을 정밀 타격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이란 측 역시 걸프해역 내 미국 관련 선박 2척과 유조선 8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쿠웨이트와 바레인 항구 인근의 모든 민간 선박에 즉시 대피령을 내리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통항 차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태는 역내 친(親)이란 세력의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주요 도시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 하루 4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춘 자잔 정유공장 등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 화재 및 운영 차질을 유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통항량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의 원유 수요 회복세까지 맞아떨어져 대체유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정유사들의 매수세가 가열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원 공급망 전문가는 “미국의 이란 그림자 유조선망 물리적 제거와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이 동시 가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시장 내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며 “중동발 에너지 물류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 업계는 물론 고물가·고환율에 직면한 국내 산업 전반에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원유 공급 차질의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말과 2027년 브렌트유 및 WTI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5달러씩 상향했다. 걸프 지역 원유 생산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평균 400만배럴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충돌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95∼12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훼손되는 광범위한 충돌로 번질 경우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미정 기자(m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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