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용’ 공동개발에 80조 투입
구글·MS·메타 등 ‘탈 엔비디아’
미스트랄 AI·삼성도 가세할듯
‘AI칩 춘추전국시대’ 막 오를까
미국 모바일용 반도체 전문업체 퀄컴과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한다.
이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테슬라, 오픈AI 등이 자체 칩 개발에 성공했거나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미스트랄 AI 연합 등 다른 빅테크들의 추가 자체 칩 개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I칩 내재화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면서 동시에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망까지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경쟁에서 이겨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빅테크 기업들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까지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기업들의 몸값 역시 치솟을 것으로 기대했다.
퀄컴은 AWS과 AI 추론용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해 최대 600억달러(약 80조원)의 다년 협약을 체결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은 전력 효율성이 높은 고성능 칩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퀄컴은 모바일용 반도체에서 축적한 전력 효율 기술과 칩 설계를 맡고, AWS는 ‘아마존 베드록’ 등 AI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번 협약을 위해 퀄컴은 아마존이 서버칩·기술·서비스 등을 구매하는 액수에 연동해 주당 161.26달러를 고정 행사 가격으로 하는 보통주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우선 375만주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고 아마존의 구매액이 향후 10년간 최대 600억달러에 이르면 2500만주까지 늘어나는 구조다. 아마존이 신주인수권을 모두 취득해 행사할 경우 약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가 된다.
퀄컴의 경우 작년 10월 데이터센터용 AI 추론에 최적화된 AI200과 AI250 가속기·서버랙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 제품은 HBM 대신 LPDDR 메모리를 채택해 원가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로 쌓아온 전력 효율 기술을 앞세워 AI 인프라 분야로 진출, 데이터센터 매출을 2029년까지 15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더 높은 성능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연산과 연결성 양쪽 모두에서 발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은 AI서버·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AWS·메타·오라클 등 세계 8대 CSP의 총자본 지출은 올해 7100억달러로 작년 대비 61% 증가할 전망”이라며 “엔비디아·AN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외에도 주문형반도체(ASIC)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구글은 올 들어 자체 AI칩인 텐서처리장치(TPU)의 8세대 신제품과, 암(Arm) 기반의 데이터센터 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악시온’을 선보이면서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MS는 이르면 내달 차세대 AI칩 ‘마이아 300’를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MS는 대만 TSMC와 내년 인도를 목표로 마이아300 30만개 이상을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으로, 올 1월엔 2세대 ‘마이아200’을 공개한 바 있다.
메타는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추론과 대규모 추천 서비스에 최적화된 자체 AI 가속기 ‘MTIA’를 올 4분기부터 생산 출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테슬라의 경우 최근 AI6 칩 개발에 착수해 연내 설계를 완료할 계획인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제품 생산물량의 일부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탈(脫) 엔비디아를 위한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오픈AI는 작년 10월 칩 구매액에 따라 AMD 지분을 최대 10%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계약을 맺은 바 있고, 마벨 테크놀로지는 최근 구글에 최대 122억달러의 지분 인수권을 부여했다.
구글 TPU에 쓰일 맞춤형 반도체를 마벨이 개발·공급해주는 조건이다.
업계는 최근 삼성전자와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 간의 협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스트랄 AI는 최근 자체 칩 설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여기에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역량을 더하면 AI칩 개발·양산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은 2026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AI 인프라 시장이 GPU 독점체계에서 ASIC 기반 가속기로 확대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엔비디아의 높은 총소유비용(TCO)과 공급 병목에서 벗어나 자체 칩 개발로 선회하는 흐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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