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공습 격화 이어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위협

후티, 석유시설 공격…바브엘만데브 해협도 전장화

브렌트유 장중 99.46달러 급등…“150달러” 우려도

세계 원유 수송로 동시 위협…‘두 개의 전쟁’ 치닫나

호르무즈해협. AP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AP 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동시에 위협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한때의 휴지기를 끝내고 해상과 육지를 오가는 보복 공격을 재개한 데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도 4년간 이어진 휴전이 사실상 무너지면서다.

세계 원유 공급망을 떠받치는 양대 해협에서 동시에 군사적 충돌이 격화할 경우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악의 경우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다시 거칠어지면서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9일(현지시간) 요르단 알아즈라크의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요르단 역시 이란에서 자국 영토로 탄도미사일 20발이 날아왔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에 대한 미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미 해군 함정 두 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IRGC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미군 구축함 DDG-119와 DDG-53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최신형 무인 잠수함 한 척을 나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미군도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 공격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 해군 함정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이란 간 공방이 유조선을 타깃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인근 유조선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지속되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의 운항 자체가 위축되거나 사실상 봉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후티는 8일 사우디 남부의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4개 도시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사우디 공군기지뿐 아니라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전력 시설도 타격 목표에 포함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우디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사우디 전투기들은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와 타이즈 지역 등을 공습했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달 후티가 휴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수년간 소강상태를 보였던 예멘 내전이 다시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히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들이 원유를 세계 시장으로 수송하는 중요한 통로다. 후티가 이 해협을 장악하거나 선박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수송 차질이 홍해와 아덴만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결국 세계 원유 수송의 양대 관문이 동시에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원유를 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핵심 통로라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통해 유럽과 지중해로 향하는 에너지·물류의 관문이다.

국제유가는 이미 이런 위험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8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9.46달러까지 치솟았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0.92달러 오른 97.92달러였다.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골드만삭스는 중동의 해상 운송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말과 2027년 유가 전망을 각각 배럴당 5달러씩 상향했다. 특히 걸프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평균 400만배럴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충돌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95~12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더 심각한 상황은 주요 에너지 인프라까지 광범위하게 파괴되는 경우다. BofA는 이 경우 브렌트유가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의 전쟁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홍해로 번지는 상황은 세계 원유 공급과 해상 물류를 동시에 압박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위기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공격 수위를 낮추지 않고, 후티와 사우디 간 전투까지 장기화한다면 국제사회는 두 개의 전쟁과 두 개의 해협 봉쇄 위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배럴당 150달러’라는 최악의 유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김미정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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