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희로애락을 달래던 69년 역사의 소주 공장이 도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하이트진로가 주변 주거지 팽창에 따른 민원과 설비 노후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옛 '보배소주'의 산실인 전북 익산공장의 문을 닫고, 모든 생산 라인을 인근 전주공장으로 통폐합한다.

오랜 추억이 깃든 공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이번 결정으로 전주공장은 하이트진로 역사상 처음으로 소주와 맥주를 한 지붕 아래서 생산하는 통합 기지로 탈바꿈하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다음달 16일부터 익산시 마동 익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9일 밝혔다.

익산공장은 1957년 옛 보배소주 공장으로 건립된 소주 생산기지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421억원으로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가 공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한 데는 시설 노후화와 주변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공장 설립 당시 주변은 도심 외곽 농지였지만, 이후 대규모 공동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주거지역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공장 운영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소음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69년간 가동하면서 생산시설 노후화도 진행됐다. 생산 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설비 개선뿐 아니라 자재·제품 적재 공간 등 부대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익산공장 주변이 주거지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추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별도 부지를 확보해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방안 역시 대규모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인근 전주공장의 생산시설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신규 공장을 짓는 대신 전주공장으로 익산공장의 생산 기능을 옮겨, 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통합으로 하이트진로의 생산 체제는 이천·강원·청주·전주·마산 등 전국 5개 공장으로 재편된다. 특히 전주공장은 기존 생산 기능에 소주 생산이 추가되면서 하이트진로 공장 가운데 처음으로 소주와 맥주를 동시에 생산하는 공장이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주공장을 활용함으로써 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물류 등 관련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여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익산공장 가동 중단이 제품 생산 및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하이트진로 익산공장.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익산공장. [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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