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양재 물류단지, ‘수직계열화’ 발목 잡아
홈플익스 품고 유통망 뚫었지만 물류는 ‘숙제’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 오프라인 판매를 하나로 잇는 하림그룹의 '수직계열화'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소비자 밥상 앞까지 다가갈 근거리 배송 거점은 단숨에 확보했지만, 이 거점들을 연결할 중앙 허브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인허가와 교통망 악재에 갇혔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했던 2025년 착공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오프라인 마트까지 뻗어나간 하림의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 전략도 전면적인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홈플익스' 284개 점포 흡수… '유통 제국' 시동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 계열사 NS쇼핑은 지난 6월 약 1206억원을 들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마무리했고, 현재 전국에서 284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하림그룹으로서는 14년 만의 오프라인 마트 사업 재진출이다.
인수 이후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그룹의 식품 카테고리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간 결합이다. NS홈쇼핑은 하림그룹의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의 돼지고기, 가정간편식(HMR) 등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 넣고 있다.
영업 정상화 속도도 빠르다. 올해 7월 21일~8월 19일 일평균 매출은 운영을 시작하기 직전인 5월 23일~6월 22일과 비교해 1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객수는 100%, 객단가는 23% 증가했다.
◇수직계열화 마지막 숙제는 '물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로 하림그룹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식품 수직계열화 구조도 더 촘촘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은 곡물 조달과 사료 제조에서 시작해 축산·도축·가공을 거쳐 '더미식' 등 가정간편식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여기에 TV홈쇼핑과 온라인 유통을 담당하는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흡수하면서 직접 생산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오프라인 채널까지 갖추게 됐다.
하림그룹은 서울과 수도권 주거지역에 자리 잡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SSM의 역할이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근거리 배송 거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구상의 정점에 놓인 사업이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다. 하림그룹은 2016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사들여 대규모 첨단 물류·유통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해왔다. 총 사업비만 약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물류시설뿐 아니라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양재 복합개발사업의 본질이 단순 부동산 개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2024년 승인한 개발계획에는 전자상거래 주문·배송 시설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체계를 구현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생산지에서 포장한 상품을 최종 소비자까지 연결해 '서울 시내 2시간 이내 배송'을 구현한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농축수산물과 식품 유통을 주요 기능으로 설정해 하림그룹의 식품·유통 사업과 연결될 여지가 크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가 대규모 중앙 물류허브 역할을 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들이 소비자와 가까운 근거리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구조가 갖춰지면 하림은 식품 생산에서 최종 배송까지 이어지는 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2025년 착공한다더니… 올해도 건축심의 '재검토'
문제는 양재 복합개발사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24년 2월 개발계획을 승인하면서 당초 2025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인허가 과정에서 제동이 이어졌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지난 3월에 이어 7월에도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안을 '재검토' 의결했다.
7월 열린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는 도시경관과 건축계획, 교통, 방재 등 9개 분야에서 50건의 보완 사항이 제시됐다. 하림그룹 측은 지적 사항을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해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등 추가적인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교통망을 둘러싼 변수도 생겼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위례과천선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양재IC가 아닌 우면지구를 지나는 노선을 최적안으로 선정하면서 양재IC 인근 역사 신설 가능성이 낮아졌다.
노선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주거·상업시설까지 포함한 양재 복합개발사업 전체의 사업성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로 오프라인 유통망까지 확보한 만큼, 이제는 생산과 판매를 연결할 물류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라며 "양재 물류단지의 착공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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