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3개월간 1·2세대서 넘어온 가입자 2만명도 안돼

"보험료 싸지만 보장 줄어"… 기존 가입자 전환 유인 ↓

당국, 11월 50% 할인 카드 꺼내… ‘전환 러시’ 가능할까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기존 1·2세대 가입자의 전환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600만건이 넘는 기존 계약 중 5세대로 갈아탄 계약은 2만건에도 미치지 못하면서다.

오는 11월 계약전환 할인 제도 시행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본격적인 전환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할인만으로 기존 가입자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가 9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흥국화재·농협손보)의 5세대 실손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 5월 출시 이후 7월 말까지 5세대 실손 유입 계약은 총 18만3218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규 가입이 13만4315건으로 73.3%를 차지했고 기존 실손에서 자발적으로 전환한 계약은 2만7474건에 그쳤다. 4세대 가입자의 재가입에 따른 계약은 2만1429건이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1·2세대 가입자의 전환율이다. 7월 말 기준 1세대에서 5세대로 전환한 계약은 7493건, 2세대는 1만1641건으로 총 1만9134건에 불과했다.

1·2세대 실손 보유계약이 1643만6474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발적 전환율은 0.12% 수준이다.

5세대 실손은 과잉 이용 논란이 컸던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축소하는 대신 중증 보장을 중심으로 보장구조를 재편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춘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4세대보다 약 30%, 기존 1·2세대보다 50% 이상 보험료가 저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기존 가입자의 이동이 제한적인 것은 단순히 보험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1·2세대 가입자 상당수는 재가입 의무가 없어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 상품의 보장 범위가 넓은 만큼 병원 이용이 잦거나 비급여 의료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높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보장을 축소하는 5세대로 갈아탈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험금 청구가 많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높은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서 전환을 고민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부터 초기 실손 가입자를 대상으로 '선택형 할인특약'과 '계약전환 할인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1·2세대 계약을 유지하면서 일부 보장을 제외해 보험료를 낮추거나 5세대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계약전환 할인 제도의 경우 5세대로 전환하면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당국은 우선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제도를 운영한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문제는 과거에도 할인혜택을 통한 전환 유도가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4세대 실손 전환 당시 보험료 할인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입자의 전환이 부진했던 점을 지적하며 추가적인 유도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도 5세대 실손의 초기 전환 실적과 11월 할인 제도의 실효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1600만건이 넘는 1·2세대 계약의 이동을 어느 수준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보험료 할인 종료 이후에도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지속 가능한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아직 출시 초기인 만큼 전환 실적을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11월 할인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보험료 부담이 큰 1·2세대 가입자를 중심으로 전환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의 자발적 전환율이 아직 낮은 것은 기존 가입자들이 보장 축소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11월 할인 제도가 전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결국 보험료 부담과 보장 축소 사이에서 가입자가 납득할 만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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