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거래시간 개편… 시간외단일가 폐지·실시간 체결
얇은 호가·사이드카 부재 속 "글로벌 24시간 경쟁 필수 수순"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체계가 2016년 정규장 30분 연장 이후 10년 만에 대폭 개편된다. 오는 14일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애프터마켓이 신설되면서 넥스트레이드(NXT)가 선점해온 저녁 시간대 유동성 쟁탈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장 안착 과정에서 얇은 호가창에 따른 가격 왜곡 등 제도적 과제가 존재하지만, 글로벌 거래소 간 야간 거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4일부터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대상으로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기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던 10분 단위 시간외단일가매매를 전면 폐지하고,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하면 즉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를 도입한다. 정규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40분부터 4시까지 진행되는 시간외종가매매는 그대로 유지된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체계 개편은 2016년 8월 정규시장 마감 시각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늦춘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조치로 주식시장의 실질적인 일일 거래 마감 시각은 오후 6시에서 8시로 2시간 늦춰진다. 거래가 오후 8시까지 이어져도 공식 종가와 다음 거래일 기준가격은 정규시장 종가(오후 3시30분)를 유지한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관리종목, 투자경고·위험종목, 이상급등종목, 초저유동성 종목 등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개편으로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NXT가 사실상 독점해온 장 마감 후 실시간 거래 시장에 한국거래소가 참전하게 됐다. NXT는 8월 거래대금 354조5050억원(일평균 17조7252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거래대금이 144.85% 급증했다.
두 거래소의 경쟁 구도는 플랫폼별 특성에 따라 엇갈린다. NXT는 저렴한 거래 수수료와 15시40분 조기 개장을 통한 선점 효과를 내세우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600여개 종목에 머무는 NXT 대비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 대부분을 아우르는 폭넓은 거래 대상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초기 점유율은 최선집행의무(SOR) 엔진이 수수료와 체결 가능성을 비교해 주문을 배분하는 방식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증권사들도 투자지원금 지급과 수수료 인하 등 사전 마케팅을 전개하며 야간 고객 유치전에 착수했다.
정규장에 비해 얇은 유동성은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애프터마켓은 낮 시간대 정규 거래 시간에 비해 시장 참여자 수와 누적 잔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사이의 가격 격차(스프레드)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면서, 소량의 체결만으로도 주가가 단숨에 급등락하는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규장과 달리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사이드카가 적용되지 않고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 등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취약 요소다. 야간 거래 감시 인력 축소에 따른 불공정거래 노출 우려와 증권사 백오피스의 결제 원장 정리 부담 등 실무적 과제도 존재한다.
다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유동성 분산이나 운용상의 진통을 이유로 거래시간 확대를 머뭇거릴 단계는 지났다고 진단한다. 주요 선진국 거래소들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하는 등 글로벌 유동성 흡수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유동성 경쟁에서 뒤처지면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뿐 아니라 해외 유동성의 국내 유입도 차단된다"며 "영국 시장처럼 유동성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 고부가가치 기업들이 해외 상장으로 이탈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거래시간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소가 애프터마켓을 연 것은 긍정적이며, 시스템 준비를 거쳐 프리마켓 도입과 23~24시간 거래 체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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