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향후 공사채 시장의 수급을 좌우할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등으로 내년 LH의 공사채 발행 물량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채권시장 내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LH 부채 폭증에 공사채 발행 증가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H 공사채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9조2000억원이 순발행됐다. 공사채란 정부 산하의 공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올해 LH는 원화채권, 해외채권, 구조화채권, 중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포함해 20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LH의 부채가 작년 대비 24조원 증가한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는 11조원 내외의 공사채가 순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LH는 부채 증가분의 50~100% 수준을 공사채 발행으로 충당했다.
과거 공사채 시장의 '공룡'은 한국전력공사였지만 최근에는 LH가 핵심 발행 주체로 급부상했다. 한전은 2022~2023년 한전채 대규모 순발행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단기자금 위주의 조달이 나타나면서 공사채 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
LH의 내년 부채 규모는 올해보다 39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LH의 내년 공사채 순발행 규모는 18~20조원 내외까지 확대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LH는 올해 197조5000억원에서 2027년 236조2000억원, 2030년 372조8000억원으로 매년 39조~52조원 내외의 부채 증가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도 올해 250.6%에서 2030년 351.2%로 100.6% 포인트(p) 높아지게 된다.
4년간 37개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219조1000억원)의 약 80%(175조3000억원)가 LH공사 한 곳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부채 폭증은 자금 지출과 회수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탓이다.
박경민 DB증권 연구원은 "8·13 대책으로 3기 신도시 착공이 앞당겨지면서 선투자 지출이 본격화된 반면 고금리,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민간건설사의 택지대금 회수는 지연되고 있다"면서 "공동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던 방식에서 LH가 직접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구조로 전환돼 매각대금 선회수 자원이 사라지면서 회수시점이 준공 이후로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 발행금리 상승·기업 자금난 우려도
시장에서는 이 같은 LH의 공사채 공급 확대가 채권시장 내 수급의 '구축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험가중치 0%로 신용위험이 사실상 없는 공사채가 대규모로 발행될 경우 시장 자금이 공사채로 쏠리면서 회사채나 여전채로 향하던 투자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크레딧 전체 연간 순발행 규모는 50조~60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20조원은 전체 순발행의 30~40%에 달해 공급 부담이 크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 쏟아질 LH의 대규모 공사채 물량이 발행시장에서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사채 발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H의 공사채는 위험가중치가 0%로 은행권 수급이 견고하고, 유연한 만기 설정으로 여타 공사채 대비 장기물 발행 비중이 높아 보험사 수요 유입도 기대된다"면서 "문제는 LH 채권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여타 채권 수요를 흡수해가며 시장의 전반적인 수급구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간 20조원 규모의 순발행이 나타날 경우 수급상 약세(금리 상승)를 야기할 전망"이라며 "공사채 내부적으로는 LH 채권의 약세가 예상되고, 다른 크레딧 섹터로 구축효과가 전이되면서 전반적인 수급 부담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미정 기자 m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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