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DP 0.6% 성장…반도체 수출이 견인
명목 GDP 증가율 26.4%로 47년 만 최고
한은 “환율 안정 땐 1인당 GNI 4만달러”
우리 경제가 올해 2분기 0.6% 성장하며 1분기보다 성장 속도는 낮아졌지만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이 늘고 민간소비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늘면서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 성장했다. 지난달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속보치 추계 당시 반영하지 못했던 분기 마지막 달의 일부 실적 자료가 추가되면서 세부 항목은 조정됐다. 건설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각각 0.1%포인트(p) 상향 수정됐고 정부소비는 0.1%p 하향 조정됐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중동 전쟁에도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이 늘면서 순수출이 높은 수준의 플러스 기여를 지속했다”며 “내수도 민간소비가 플러스 기여를 이어간 데다 반도체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생산물투자를 중심으로 투자 기여도가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1.4% 성장했다. 서비스업도 도소매·숙박음식업과 금융·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을 중심으로 1.0%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은 토목건설이 줄면서 1.9% 감소했다.
지출 항목별로는 민간소비가 가전제품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 증가에 힘입어 0.4% 늘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1%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0.2% 증가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3.4% 늘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부진으로 0.1%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1.3% 증가했고 수입은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이 늘면서 0.7% 확대됐다. 1분기에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각각 5.9%, 6.6%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생산량뿐 아니라 가격 변화까지 반영한 명목 GDP는 전 분기보다 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6.4%로 1979년 3분기(27.7%) 이후 4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이익과 수출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나타내는 총영업잉여는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18.5%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8.2% 급증했다. 두 증가율 모두 관련 통계가 공표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김 부장은 “반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화학제품과 운송장비 제조업, 도소매업 등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도 실적 개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보다 21.9% 상승했다. 1980년 4분기(26.6%) 이후 4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디플레이터가 56.6% 급등한 데다 중동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내수 디플레이터도 3.6% 상승했다.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2023년 1분기(4.0%) 이후 가장 높았다.
김 부장은 “반도체는 물량 증가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올랐다”며 “가격 상승이 명목 GDP 성장에 미친 영향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3.1% 증가했다. 실질 GDP 성장률인 0.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실질 GNI 증가율은 15.6%로 1988년 4분기(15.7%) 이후 약 37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11조6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실질무역이익이 38조7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구매력 확대가 국외소득 감소분을 상쇄한 것이다.
명목 GNI도 전 분기보다 8.8%, 전년 동기보다 26.4% 증가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13조7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줄었지만 명목 GDP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전체 명목 GNI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6963달러로 3년 연속 3만6000달러대에 머물렀다. 올해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명목 GNI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인당 GNI의 최종 수치는 내년 3월 발표되는 ‘2026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상반기 명목 GNI 증가율이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며 “하반기에 예상하지 못한 대외 충격이 발생하지 않고 최근의 원·달러 환율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소득이 가계와 정부로 충분히 이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소득은 크게 증가했지만 소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2분기 총저축률이 전 분기보다 3.9%p 상승한 45.6%로 치솟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순저축률도 8.8%에서 9.7%로 0.9%p 높아졌다.
김 부장은 “저축률이 높아진 것은 소비가 소득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저축으로 남은 부분은 향후 민간소비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투자도 국민소득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2분기 국내총투자율은 전 분기보다 1.1%p 하락한 24.2%로 1975년 3분기(22.0%) 이후 약 51년 만에 가장 낮았다.
투자율 하락이 국내 투자의 절대적인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설비투자 등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는 늘었지만 투자율의 분모가 되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반면 해외에 투자된 비중을 나타내는 국외투자율은 21.4%로 전 분기보다 5.1%p 상승했다.
한은은 현재 기업에 집중된 소득이 하반기부터 성과급과 배당금, 세금 등을 통해 가계와 정부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소득 증가는 민간소비로, 정부소득 증가는 정부소비와 투자 등을 통해 내수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장은 “기업 영업이익 증가는 성과급과 배당금 등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법인세와 근로·배당소득세 등을 통해 정부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효과가 소비와 다른 산업으로 파급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차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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